- 학생 도운 식당주인 쏘고 가게 태워
- 잔인한 대응이 시위 확대의 기폭제
- 美, 신군부 정권장악 시나리오로 파악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규석(CBS 워싱턴 특파원)
◆ 장규석> 네, 워싱턴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1980년의 광주의 참상을 본국에다가 보고하기 위해서 작성한 어떤 그런 비밀문건인 건가요?
◇ 김현정> DIA라는 곳이죠, 그곳이?
◆ 장규석> 맞습니다. DIA고요. 제가 입수한 문건은 미 국방정보국이 1986년 6월 11월에 생산한 내용입니다. 5.18 직후에 한국군 내부 동향을 보고하는 2급 비밀문서입니다. 이 문서에 한국군 내부 정보원들의 진술이 주된 내용으로 담겨 있는데요. 그 진술 중에서 한국군의 이런 동떨어지고 잔인한 처리는 군부 실세인 전두환, 노태우, 정호영이 모두 베트남전에서 실전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광주에서의 내용이 훨씬 잔혹했다 하는 것은 그 당시 신군부가 광주 시민을 베트남 공산당, 그러니까 베트콩처럼 여기고 진압작전에 나섰다는 그런 충격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 김현정> 전두환, 노태우, 정호영 이 수뇌부 전부가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데 마치 베트남전에서 베트콩 다루듯이 광주 사람들을 다뤘다라는 정부 보고 내용. 본국에다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일종의 정부 보고를 하는 거니까 상당히 솔직하게 썼을 거란 말입니다, 자세하게. 거기에서 이 내용을 다뤘다는 거죠.
◆ 장규석>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게 특이한 게 문건에 보면 '한국인에게는 공개 금지' 이렇게 써 있네요.
◆ 장규석> 2급 비밀문서라고 표시한 밑에 특별하게 '한국 국민에게 공개 금지' 라는 이 문구가 한 줄 더 포함돼 있습니다. 그만큼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뜻으로 해석이 되고요. 그것도 한국군 내부의 그런 동향들이 아주 솔직하게 담겨 있었다,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한국인에게는 어차피 공개가 안 될 거기 때문에 상당히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표현한 문건. 그렇다면 그 문건에서는 미군의 눈에 비친 이 광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게 궁금한 건데. 저는 이 문구가 눈에 띄어요. 광주는 한국의 미라이다, 한국의 미라이. 미라이는 베트남의 마을 이름 아닙니까?
◆ 장규석> 1968년 3월 16일에 미군이 베트남 미라이 마을에서 양민 500명을 학살한 사건이 미라이 학살사건입니다. 군인들이 마을 주민들을 총으로 집단 사살하고 가옥들을 불태우고 이런 만행을 저질렀는데요. 문서에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 베트남 마을에서 벌어진 양상하고 비슷했다 이런 증언이 나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장규석> 문서에 등장하는 미 한국군 정보원이 당시 광주에 대한 상황을 직접 진술을 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광주에서 학생시위 규모가 300명 정도로 아주 작았고 또 군대를 보면 다 도망쳤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 지도자가 포위된 채 대검에 찔렸고 또 도망쳤던 다른 학생들도 군인들이 추적해서 끌고 나와서 구타하고 체포했다. 또 학생을 숨겨주었던 식당 주인이 총에 맞았고 식당이 불에 탔다, 이런 증언도 나옵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이 빈발하니까 광주 시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돼 있는데요. 결국 군대의 잔인한 대응이 광주 시민들이 시위에 참가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렇게 하는 증언이 될 수도 있겠고요. 또 무장한 폭도들 때문에 군인들이 불가피하게 대응했다는 전두환의 말을 정확하게 반박해 주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 김현정> 무장한 폭도 때문에 군인들이 불가피하게 잔인해진 거다, 그러니까 선후가 어떤 거냐 하면 무장한 시민들 때문이라는 게 전두환 씨의 지금 주장인 건데 미군이 본국에다가 보고한 정부 보고를 보면 그 정반대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처음에 학생들은 시위하다가 군인을 보면 도망쳤는데 도망치던 사람들을 대검으로 찌르니까 당연히 시민들이 분노하고 더 쏟아져 나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적나라한 이야기들, 솔직한 이야기들. 그런데 이 전두환 수뇌부가 베트남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이 비밀문서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 우리나라 국과수의 분석 결과가 하나 나온 게 있는데 그 당시에 무장헬기 타고 기관총 사격을 했다. 이걸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게 있죠?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가 베트남전 영화 같은 거 보면 왜 헬기 타고 문 열어놓고 두두두두두 막 쏘잖아요. 바로 그 헬기를 타고 광주에서 사람들을 진압했다, 기관총을 난사했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거네요?
◆ 장규석> 그렇습니다. 베트남전의 상징과 같은 그 헬리콥터가 광주에 실전 투입됐고 또 시민들을 향해서 사격을 했다는 점이 신군부의 베트남전 경험과 연결해 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5.18 무렵에 그 당시 전대병원에서, 전남대병원에서 근무했었던 의사 한 분하고 인터뷰를 했었어요. 그분이 정확히 이 얘기를 했습니다. 병원을 향해서 헬기를 타고 기관총을 난사하면서 사라지더라. 이 얘기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 증명이 되고 있는 건데요.
◆ 장규석> 많은 증언들이 있습니다.
◇ 김현정> 전두환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할 때, 이때도 베트남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런 내용도 비밀문건에 담겨 있다면서요?
◆ 장규석> 이거는 제가 입수한 미 국방정보국의 또 다른 문건에 있습니다. 1980년 5월 27일에 생산돼서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 CIA 등에 발송된 첩보보고서인데요. 여기에는 당시 한국 국방부가 각국 대사관에게 광주 관련 상황을 해명한 그런 자료가 담겨 있습니다. 이 해명 자료에 보면 당시 신군부가 1980년 5월 17일에 주요 군 지휘관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확대하기로 한 배경에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가 베트남과 같은 운명에 빠질 것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강력 대응에 나서게 됐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불순한 배후 조정 세력에 의해서 주도면밀한 책동이 계획되고 있고 이대로 가면 베트남처럼 한국이 공산화될 수 있기 때문에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게 신군부의 주장이었고요. 아시다시피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김대중, 김영삼 이런 정치인들 체포하고 국회 기능 정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신군부가 당시 최규하 정권을 식물정권으로 만들고 실권을 장악하는 계기가 됐던 사건입니다. 그래서 종합해 보면 전두환 등의 이 신군부는 자기들의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되살려서 한국이 베트남처럼 될 수 있다, 이런 명분으로 자기들이 집권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이끌어냈고요. 또 그다음에 실권을 장악했던 찰나에 반대가 가장 격렬했던 광주에서의 시위를 억누르기 위해서 또 공수부대를 계엄군으로 보내서 광주시민을 마치 베트공 색출 작전 하듯이 잔인하게 진압했다 이게 바로 미 국방정보국 문서에 고스란히 남긴 팩트입니다.
◇ 김현정> 저는 들으면서 소름이 쫙 끼치네요. 베트공처럼 생각하면서 광주시민들을 베트공, 공산당처럼 생각하면서 이들을 그대로 두면 우리 남한 전체가 공산화가 될 거다라는 생각으로 그렇게도 잔인하게 양밀 학살하듯이 학살한 거다 이런 이야기가 미군 문건에 담겨 있다. 그런데 장 기자, 이 미국의 문건을 지금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당시의 미국은 그러니까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다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예요, 아주 속속들이.
◆ 장규석> 그렇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가 미국에서도 한인들 사이에서 지금 개봉을 하고 있어요. 거기에 보면 등장 인물들이 왜 군인들이 우리한테 왜 이러나.
◇ 김현정> 왜 군인들이 우리한테 이러는 거야? 이럴 이유가 없잖아.
◇ 김현정> 미국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면서 왜 개입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용인을 한 겁니까? 결과적으로는 용인한 거 아닙니까?
◆ 장규석> 그렇습니다. 광주백서에 보시면 광주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22일에, 5월 22일에 백악관에서 머스키 국무부 장관 주재로 회의가 열립니다. 여기서 여러 가지 내용들이 논의가 됐는데요. 결론은 결국 신군부에게 자제를 요청하겠다. 하지만 질서회복을 위해서 군사행동을 최소한 인정하자, 이런 쪽으로 방침이 정해졌습니다. 미국 측이 아무래도 북한 측의 동향, 이런 쪽을 우려를 해서 광주를 빨리 이렇게 상황을 빨리 끝내는 게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아마 군사작전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용인해 줄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이렇게 결정을 한 걸로 보입니다.
◇ 김현정> 자신들의 이익을 따져봤을 때 북한을 이대로 두면 북한을 자극해서 뭔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북한을 더 신경 써서 빨리 잠재우는 게 낫겠다라는 전두환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는 건가요?
◆ 장규석> 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이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가 21일에 광주 시민에 대해서 계엄군이 집단 발포한 이후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게 되고요. 그 다음에 22일에 백악관에서 어떻게 할 건가 논의를 했는데 결국은 군사행동을 어느 정도는 최소한으로 하는 건 용인을 해 주자, 이런 쪽으로 결론이 났었다고 광주백서에 나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청취자 2365님 외에 많은 분들이 정말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이런 문자를 주시는데. 장규석 특파원 이게 그러니까 미국의 팀 셔록 기자가 이 비밀문서를 입수했고. 이것을 장규석 기자가 단독 보도를 하게 된 건데요. 짧게 어떤 거 느끼셨어요?
◆ 장규석>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전쟁의 후유증이 이렇게 크구나 하는 느낌이 가장 컸습니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베트남이라는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졌고. 그런데 그 경험이 결국 우리나라 독재정치의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고. 또 광주에서 잔인한 진압이라는 형태로 폭력이 부활했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저도 놀라움이 컸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장규석> 그러니까 제가 이게 워싱턴 특파원으로 와서 6개월 좀 넘었는데요. 여기 와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위기론, 선제타격론, 군사옵션 이런 전쟁용어들이었습니다. 지난 4월도 그렇고 지금도 또 뭐 북한의 ICBM 발사 또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 이런 걸로 전쟁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요. 저는 위기론이 너무 과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 다음에 이런 우리 나라 언론들이 미국의 발언을 확대 생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트라우마를 낳고, 또 다른 비극으로 연결된다는 것, 전쟁은 어떻게든 막아야 된다.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 그런 교훈들을 제가 이번에 취재하면서 많이 얻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장규석 기자 좋은 취재였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장규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CBS 워싱턴 특파원 장규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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