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최승호 PD가 MBC 간판프로그램인 'PD수첩'에서 방출됐을 때, 누구도 그가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때 조직의 내부자였기 때문일까. MBC 사측과 전현직 임원진들이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할 정도로 영화는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투쟁사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공범자들'의 소주제는 크게 세 개로 나눠져 있다. '점령'과 '반격' 그리고 '기레기', 영화는 지난한 투쟁과 몰락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영화의 내용은 소주제에 충실하게 흘러간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대적인 언론 장악 작전이 시작된다.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경영진들이 바로 그 대상이었다. KBS에서 시작된 대수술은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로 인해 MBC까지 미치게 되고, 결국 김재철 사장 체제가 시작된다. "정권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김재철 사장의 결의와는 달리 정권 비판적인 직원들에 대한 부당 해고, 징계, 인사 등이 벌어진다.
2012년 MBC 170일 총파업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구성원들의 반격이었다. 서로 연대하며 어떻게든 파업을 이어 나가려 절박하게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피켓을 들고 선 이들의 눈은 뜨거운 진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파업 동안 노조 집행부 6명이 해고되고 157명이 징계를 받는다. 이 와중에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들의 파업 또한 '실패'로 끝나고 만다.
영화가 지목한 이유는 한 가지다. 공영방송이 정권 친화적으로 변하면서 이와 반대에 선 직원들을 탄압했고, 결국 감시·비판의 기능과 공정성마저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광화문에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이들을 향해 따가운 질타를 던진다. 이들을 공영 방송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비판과 질책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대척점에 선 인물들을 비교한다. 어떻게든 언론을 수호하려 했던 이들과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은 끝나지 않는 싸움을 이어간다. 거대한 방송 조직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호자들'은 치르는 대가는 비참하다. 삶은 너무 손쉽게 망가지고 꿈 또한 짓밟힌다. 그럼에도 마지노선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또 한 번 진정한 회복을 꿈꾼다.
최승호 PD는 직접 '공범자들'을 찾아간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질문을 떠넘긴다. 한 때 분명 조직을 이끌어왔지만 자신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대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장식한다. 그는 여타 '공범자들'과 똑같은 대답을 남겨 두고 떠나버린다.
안타깝게도 지목된 '공범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영화는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24일부터 엿새 동안 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표를 실시한다. 이들은 공정 방송 회복과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또한 MBC 추이를 지켜보며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만약 MBC 총파업이 확정되면 9월부터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2012년과 달리 이번에는 이들의 요구대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