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암 갤러거·푸 파이터스…한여름밤 달군 英美 록스타

리암 갤러거(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록 페스티벌에 버금가는 열기였다. 브리티시 록의 제왕 오아시스의 프론트맨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와 아메리칸 하드록의 대표 주자 푸 파이터스(Foo Fighters)가 국내 록 마니아들과 뜨겁게 호흡하며 한여름밤을 달궜다.

이들은 22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리브 포에버 롱(LIVE FOREVER LONG)’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을 펼쳤다. 평일에 열린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정상 록 뮤지션들의 보기 위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20대 초반부터 30, 40대까지 관객 연령대는 다양했으며, 외국인 관객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의 포문은 한국 밴드 더 모노톤즈(The Monotones)가 힘차게 열었다. 2015년 결성된 이들은 노브레인과 더 문샤이너스 출신 기타리스트 차승우를 비롯해 보컬 훈조와 드러머 최욱노, 베이스 하선형으로 구성된 팀으로,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음반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막내 밴드가 재롱 한 번 부려보겠습니다”. 보컬 훈조가 호기롭게 외친 말이다. 더 모노톤즈는 약 20분간 ‘A’, ‘Glorious Day’, ‘The Beat Goes On’, ‘Brown Eyed Girl’ 등 4곡의 무대를 선보여 공연장의 열기를 예열했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해가 지자 공연장에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울려 퍼졌다. 이는 리암 갤러거의 등장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음악이었다. 공연에 앞서 그는 자신의 SNS에 ‘강남스타일’ 말춤 조형물을 앞에서 찍은 인증샷을 게재해 이목을 끈 바 있다.


리암 갤러거는 오아시스 활동 당시 제2의 비틀즈라는 찬사를 받으며 브릿팝의 부흥기를 이끌었으며, 밴드 해체 후 비디 아이(Beady Eye)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해 활동을 이어갔다. 오아시스로 3회, 비디 아이로 2회 내한 공연을 펼친 바 있는 그가 한국을 다시 찾은 건 5년 만이며, 솔로 아티스트로서 무대를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은색 바람막이 점퍼에 반바지를 매치한 편안한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리암 갤러거는 우렁찬 목소리로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이어 그는 ‘Rock ‘n’ Roll Star’, ‘Morning Glory’, ‘D'You Know What I Mean’, ‘Slde Away’, ‘Soul Love’, ‘Be Here Now’ 등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오아시스 시절 대표곡과 ‘Wall of Glass’, ‘For What It's Worth’ 등 자신의 솔로 싱글 곡을 번갈아 불렀다. 비디아이의 곡 ‘Soul Love’도 선보였다.

스탠딩 마이크를 세워둔 채 뒷짐을 지고 노래하는 특유의 모습은 여전했고, 바람막이 점퍼에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열창하는 모습에선 강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리암 랠러거는 약 1시간 동안 관객의 눈과 귀를 압도하는 무대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곡인 ‘Wonderwall’을 부를 땐 관객들의 ‘떼창’이 이어졌고, 리암 랠러거는 이에 화답하듯 노래의 가사 중 ‘You’ 부분을 ‘Korea’로 바꿔 부르는 센스를 발휘해 큰 호응을 받았다.

푸 파이터스
“Are You Ready?” “It's been a long time!”

리암 갤러거 공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무대에 오른 푸 파이터스의 프론트맨 데이브 그롤은 이 같이 외쳤다. 미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인 푸 파이터스는 얼터너티브 록의 전설 너바나(Nirvana)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그롤이 주축이 된 팀으로, 지난 1995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총 8장의 앨범을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2천 5백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11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내한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지난 2015년 안산 M밸리 록 페스티벌로 처음 한국을 찾았을 당시 데이브 그롤은 다리 골절로 깁스를 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특수 제작한 왕좌에 올라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여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이번에는 더욱 더 열정적인 모습으로 무대 이곳저곳을 누볐다. 넉살스러운 모습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며 분위기의 강약을 조절하는 솜씨는 ‘록스타’다웠다. 그는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기억한다. 여러분이 최고의 관객이란 걸 잘 안다”는 발언으로 팬들의 전투력(?)을 높였고, “오늘밤,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푸 파이터스는 첫 곡 ‘All My Life’로 인사를 건넨 뒤 ‘Learn to Fly’, ‘The Pretender’ 등을 연이어 선보였으며, ‘My Hero’를 부를 땐 ‘떼창’을 유도하기도 했다. 데이브 그롤은 ‘Big Me’를 기점으로 목이 풀린 듯 했고 시원시원한 샤우팅을 내지르며 흥겹게 공연을 펼쳤다. 이후 ‘Run’, ‘Times Like These’, ‘These Days’, ‘Rope’, ‘Walk’, ‘Monkey Wrench’ 등 히트곡 무대가 쉼 없이 이어졌다.

팻 스미어(기타), 크리스 쉬플레트(기타), 내이트 멘델(베이스), 테일러 호킨스(드럼)의 혼신을 다한 연주도 압권이었다. 시종일관 땀에 흥건히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드럼을 두드리던 테일러 호킨스는 공연 중반 노래 실력까지 뽐내 이목을 사로잡았다.

공연은 시계 바늘이 밤 11시를 향해 달려갈 때쯤 절정에 달했고, 하이라이트는 모두 함께 ‘Best of You’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좀처럼 한 자리에 만날 수 없는 최고의 록 뮤지션들이 잊지못할 무대를 펼친 한여름밤의 축제에는 약 8천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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