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론 없는 동물복지농장 대전환…'설익은 대책' 지적

동물복지형 농장 2025년까지 30%로 확대, 계란 품질 향상은 의문

정부가 살충제 계란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공장식 밀집사육을 동물복지형 농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하지만, 너무 설익은 대책으로 실질적인 효과 보다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케이지 사육방식을 동물복지형 농장으로 전환....2025년까지 30%로 확대

농식품부는 22일 계란 생산 체계를 수익성 위주에서 동물복지형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내년부터 신규 진입하는 농가는 유럽연합(EU) 기준을 적용해 닭 1마리당 사육밀도를 지금의 0.05㎡에서 0.075㎡로 50% 확장하거나 아니면 동물복지형 축사(평사, 방사, 개방형 케이지)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전체 산란계 농장(1296개) 가운데 동물복지형 농장 비중을 현재 8%(104개)에서 오는 2025년까지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존 산란계 농장에 대해서도 당초 오는 2027년부터 EU기준의 사육밀도를 확보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시기를 앞당겨 오는 2025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기에 사육밀도를 완화하거나 동물복지형으로 전환하는 농가에 대해선 직불금과 시설현대화 자금 등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22일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앞으로는 동물복지 농장만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가 동물복지농장 개념 자체를 이해 못했다”....현장의 목소리는 부정적

하지만, 산란계 업계는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다.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정부가 얘기하는 동물복지형 농장이 마치 좋은 환경에서 좋은 품질의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 포장됐다는 것이다.

유기축산농장을 운영하는 전재수(56세) 대표는 “평사형은 비닐하우스에 콘크리트 바닥을 설치하고 5cm 안팎의 얇은 모래층과 볏짚 등을 덮은 축사”라며 “보통 1평(3.3㎡) 당 25마리 정도를 사육한다”고 전했다.

전 대표는 “평사형이 말이 좋아 동물복지농장이지 비좁은 공간에서 수천마리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닭들이 진드기를 떨쳐내기 위해 흙목욕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못 된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개방형케이지 : 일반 케이지에 비해 공간을 넓게 해 닭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했지만 흙목욕 등은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는 또, “개방형 케이지는 말 그대로 지금의 케이지를 크게 만든 것이라서 동물복지형 농장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유럽에서 닭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살포했던 농장들이 바로 이런 형태의 농장”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다만 “방사형은 기존의 땅에다가 울타리만 치고 그냥 풀어 키우는 방식으로 1평당 3~4마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가 말하는 동물복지형 농장에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가 생각하는 동물복지형 농장이 지금의 케이지 사육방식에 비해서는 닭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에 동물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면 이해가 가지만, 과연 이것이 계란을 소비하는 사람과 무슨 연관성이 있냐”고 반문했다.

◇ 계란 품질 향상이 관건....소비자를 생각하는 유기축산농장이 정답

사실, 이들 동물복지형 농장은 산란 닭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 가장 큰 취지다. 이렇게 되면 병해충에 의한 스트레스가 줄기 때문에 계란의 품질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닭의 사료다. 사육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GMO(유전자변형농산물) 옥수수로 만든 배합사료를 공급한다면 계란 품질은 좋아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렇게 때문에 동물복지형 농장과 유기축산농장이 구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기축산농장은 방사형 시설에서 유기농 채소와 곡물 등으로 직접 만든 사료를 공급한다는 점이 일반 동물복지형과 다른 점이다. 또한, 병해충 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져 동물용의약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사육 과정이 어렵다보니 현재 국내 유기축산농장은 전체 산란계 농장 중 1%가 조금 넘는 15개에 불과하다.

전재수 대표는 “닭 진드기로 인한 살충제 계란이 우리사회에 던져 준 교훈은 정말로 소비자, 사람을 위한 계란을 생산하고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동물복지형 농장 보다는 유기축산농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농촌경제연구원 지인배 박사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너무 양적인 성장에만 치우치다 보니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났다”며 “이제는 질적인 성장과 계란 품질 향상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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