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폭발사고 당시 숨진 노동자들이 유증기가 빠져나가도록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독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소 내 가장 위험한 작업인 밀폐공간에서의 도장작업을 하면서 기본적인 보호장구나 환기시설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금속노조는 22일 창원 노동회관에서 이번 STX조선해양 폭발사고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우선 사고원인을 "부실한 환기장치로 인해 인화성 증기가 RO탱크 내 밀폐공간에 적체되면서 밝혀지지 않은 발화원인으로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폭발했고, 산소부족이나 유독가스 흡입으로 질식해 숨졌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사고 20분전 숨진 박모(34)씨가 "탱크 내부에 환기가 잘 안된다"고 말한 것을 인근 작업자들이 들었다는 진술이 제시했다.
실제로 노조가 현장을 살펴본 결과, 밀폐공간의 적정환기상태를 확보하기 위해 강제 급기와 배기장치가 설치돼야 하지만 사고 현장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노조는 "RO탱크는 폭과 면적이 좁아서 강제급기를 하게 되면 도장 스프레이가 날리고 균일한 도장 두께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급기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밀폐공간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적정보호구도 지급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속노조가 확인 결과, 사망자들은 사고 당시 모두 적정보호구인 송기마스크가 아닌 방폭마스크를 착용했다.
송기마스크는 산소부족상태와 유해가스의 인체 흡입이나 피부 접촉 상황을 사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 보호장구로, 도장작업의 경우, 송기마스크 착용이 법적 기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삼호중공업 등 주요 조선소에서는 도장 스프레이 작업시 방독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밀폐 공간에서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하다가 중독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올해 초부터 송기마스크 또는 공기호흡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을 시행해왔다.
이와 함께, 사고 현장에서는 인화성 증기에 의한 폭발위험이 우려되는 방폭등과 방폭기능이 없는 조명등이 사용되기도 했고, 정전기 방지용 안전화 등 정전기 방호 보호구도 지급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실장은 "이번사고에서 폭발에 따른 화상이나 외상이 주요 사망원인이 아니라, 질식사이기 때문에 방독마스크가 아니라, 송기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했다면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들이 당초 알려진 사내 협력업체 소속이 아닌 재도급을 받은 물량팀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결국 원청인 STX조선 측은 제대로 된 보호장구도 지급하지 않은 채 재도급을 거친 하청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경 수사본부도 사망한 작업자들이 당시 송기마스크가 아닌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해당 방독마스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능 등 문제 유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며 "사내 협력업체인 K기업이 해당 마스크를 구입·지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