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레옹' '루시' 등 인상적인 작품으로 한국 영화팬들에게 각인된 감독 뤽 베송이 SF블록버스터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뤽 베송은 22일 서울 CGV용산점에서 열린 '발레리안' 언론시사회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 알리기에 나섰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발레리안'은 28세기 미래를 배경으로 우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시공간을 옮겨다니며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요원의 이야기를 다뤘다.
뤽 베송은 이 자리에서 '발레리안'과 마찬가지로 우주를 다룬 전작 '제5원소'와의 비교에 대해 "두 영화는 감독이 같다는 것 외에는 같은 점이 없다. 시대로 이야기도 다르다"며 "비슷한 점이 있다면 유머의 흐름과 사랑의 방식, 평화를 지키는 메시지"라고 전했다.
유명 그래픽 노블 '발레리안과 로렐린'에 원작을 둔 이 영화는 뤽 베송이 40년을 고대하던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원작은 '스타워즈' '스타트렉' '아바타' 등 SF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들의 탄생에 영향을 준 전설의 작품으로 꼽힌다. SF 거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가장 영화로 만들고 싶은 원작으로 이 작품을 언급했을 정도다.
뤽 베송이 원작 '발레리안과 로렐린'을 접한 것은 열 살 때였다. 세련된 캐릭터와 작품이 지닌 매력, 얼굴도 언어도 다른 종족들이 함께 어우러져 산다는 독특한 세계관에 매료된 그는 22권에 달하는 모든 시리즈를 단숨에 읽었고, 늘 이 작품의 영화화를 꿈꿔 왔다고 한다. '제5원소' 등으로 SF영화의 기술력 발전에 일조한 그였지만, '발레리안과 로렐린'에 등장하는 광활한 우주 속 수많은 행성, 다양한 외계종족을 스크린에 구현하기에는 당시 기술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뤽 베송은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하기를 기다렸다"며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상상하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게 됐고, 4년전부터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 3236종 외계인·5000개 언어 공존하는 알파행성…"인류 실수 바로 잡아야"
뤽 베송은 "'발레리안'은 28세기에 벌어지는 이야기여서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며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아 디자이너에게 스크립트도 보여주지 않고 상상으로 디자인할 것을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그렇게 1년간 28세기 우주를 디자인했고 또 1년을 디자인 선별에 썼다.
그는 원작의 배경을 충실하게 구현하고자, 촬영에 들어가기 3년전부터 아티스트들과 프로덕션 디자인 작업을 진행해 스토리보드 작업에만 1년 6개월을 쏟아부었다. "(이렇게 탄생한) 알파행성의 히스토리북은 2000쪽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는 것이 뤽 베송의 설명이다.
이 영화의 비주얼은 '반지의 제왕' '아바타'의 웨타 디지털, '스타워즈' 시리즈의 ILM,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로데오FX까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VFX팀들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렇게 만들어낸 '발레리안'의 특수효과 장면은 무려 2734개로 '제5원소'의 약 15배에 달한다.
'발레리안'의 주요 배경인 알파행성은 3236종의 외계종족들이 공생하고 50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된다. 지식과 문화를 교류하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파라다이스인 셈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류가 그동안 많은 실수를 저질러 왔는데,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인간은 돈보다 앞선다"며 탐욕을 부추기는 현대 사회를 비판한 뤽 베송의 발언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 영화는 인디언 학살, 인류애에 관한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인간들은 항상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들을 파괴시키려고 한다. 그 모든 이유는 돈"이라고 꼬집었다.
영화 '발레리안'이 지닌 공존의 메시지와 같은 맥락에서 뤽 베송은 "이 영화의 주인공 발레리안과 로렐린은 평범한 영웅이다. 이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강한 영웅은 여자"라고 역설했다. 전작들에서도 여성 캐릭터를 중심에 뒀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손에서 자랐고 여성의 위대함을 많이 느꼈다"며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우월함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