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녀' 김선아, 박복자 설명하다 눈시울 붉힌 이유

[노컷 인터뷰] '품위있는 그녀' 박복자 역 배우 김선아 ①

지난 19일 종영한 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 주인공 박복자 역을 맡은 배우 김선아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2015년작 '복면검사'에 이어 2년 만의 드라마 컴백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는 사전제작이라 촬영을 끝낸 지는 꽤 되었지만, 드라마 종영 이후 인터뷰를 도는 일정이 오랜만이었는지 김선아는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아침부터 줄줄이 인터뷰를 하는 것도, 아니 아침의 '햇살'을 보는 것도 익숙지 않다며 웃었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품위있는 그녀' 박복자 역을 맡은 배우 김선아를 만났다. 욕망으로 가득 차 상류사회에 진입하고자 하는 수상한 여인 박복자 역으로 분해, 한 인물의 밑바닥부터 정점까지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인터뷰 내내 박복자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박복자'를 이해하기까지

'품위있는 그녀'는 미모, 재력, 품위 모든 것을 갖춘 재벌집 며느리 우아진(김희선 분)과 우아진을 동경하면서도 제 야망을 이루기 위해 계략을 펼치는 박복자 두 여성 캐릭터를 투톱으로 내세운 드라마다.

'품위있는 그녀'는 한껏 고상한 척하지만 실상은 딴판인 상류층을 까발리는 풍자극인 동시에, 첫 회부터 죽음을 맞는 박복자를 화자로 내세워 범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물이기도 하다. 박복자는 극의 핵심 사건 당사자이자, 화자다.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의 대본이 워낙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50% 시청률 대기록을 함께 만든 김윤철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박복자는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배우 김선아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 흥미로운 대본과 캐릭터를 갖춰서 재미있었어요. 캐릭터 자체가 되게 도전하고 싶으면서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어요. 초반에는 복자의 어린 시절이 나타나 있지 않아서 왜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떻게 하지 고민을 하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답장을 했어요. 감독님이랑 작품을 너무너무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어서 방송사가 어디인지는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무조건, 그냥 무조건으로 하고 싶다는 감정이 컸죠. 아무튼 (작품이) 재미있는 것과 제가 이 사람을 받아들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건 완전히 달른 일이라서… 제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서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 신경 쓰되, 김 감독의 디렉팅에 의지했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감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선아의 표현에 따르면 "전체를 보고 도레미파솔라도 높낮이를 맞추시는 분"이 김 감독이었다.

김선아는 김 감독과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을 들여 대본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캐릭터를 잡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박복자에게 서서히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 별 것 아닌 쪽지에 감격할 만큼 '너무너무 외로웠던' 박복자

박복자는 한 마디로 딱 정의하기 힘들 만큼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처절한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던 만큼, '돈'을 향해 질주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유쾌하지 않게 부딪쳤다. 그러나 김선아가 생각한 박복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외로움'이었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해 가여운 존재. 김선아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복자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복자도 되게 외로웠을 거예요. 대본에 보면 마론인형을 갖지 못했던 10살 소녀 모습이 나와요. 인형 하나 갖고 싶었는데 그조차 갖지 못해서 종이인형을 오릴 정도로 '자기 것'이 없는 소녀. 안 회장(김용건 분)에게 마음이 간 것도, 어릴 때부터 사랑이 되게 부족했기에 따뜻한 한 마디가 그리웠던 게 아닐까. 물론 돈 때문도 있었지만 안 회장을 아빠로, 친구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안 회장 집안 식구들과 대부분 반목하고 대립했던 박복자는 둘째 며느리 우아진하고만은 각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극 내 우아진을 자신의 '워너비'로 삼았다. 말미에야 드러나는 그 이유는 어찌 보면 싱거웠다.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라고 쓰인 우아진의 쪽지 때문이었다.

"사실 별 거 아니거든요? 그런데 복자는 별 거 아닌 그 쪽지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그 말 한 마디 해 주는 사람이 평생 없었다는 거죠. 나중에 '이건 우아진 필체가 아니다. 내가 그 필체를 너무 잘 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어떻게 그랬겠어요. (따뜻한 말을 해 준 우아진 필체를 정확히 기억할 정도로) 너무너무 이 사람이 외로웠다는 거죠."

지난 19일 방송된 JTBC '품위있는 그녀' 마지막회에서는 박복자가 왜 우아진을 동경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첫 만남 장면이 나왔다. (사진='품위있는 그녀' 캡처)
"복자라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을 못한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열 살 정도의 소녀에서 멈춰버린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어쩌면 지후(극중 우아진의 딸)보다도 어린… 또, 어떻게 꿈꾸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인도해 주는 사람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잘못된 길을 가고요. 돈도 많아졌는데 겨우 간 게 자기가 일했었던 호텔이잖아요. 모르니까 그래요. 이렇게 저렇게 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 정말 나쁜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노컷 인터뷰 ② '품위녀' 김선아 "복자에게 '진짜'가 과연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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