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품위있는 그녀' 박복자 역을 맡은 배우 김선아를 만났다. 욕망으로 가득 차 상류사회에 진입하고자 하는 수상한 여인 박복자 역으로 분해, 한 인물의 밑바닥부터 정점까지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인터뷰 내내 박복자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박복자'를 이해하기까지
'품위있는 그녀'는 미모, 재력, 품위 모든 것을 갖춘 재벌집 며느리 우아진(김희선 분)과 우아진을 동경하면서도 제 야망을 이루기 위해 계략을 펼치는 박복자 두 여성 캐릭터를 투톱으로 내세운 드라마다.
'품위있는 그녀'는 한껏 고상한 척하지만 실상은 딴판인 상류층을 까발리는 풍자극인 동시에, 첫 회부터 죽음을 맞는 박복자를 화자로 내세워 범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물이기도 하다. 박복자는 극의 핵심 사건 당사자이자, 화자다.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의 대본이 워낙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50% 시청률 대기록을 함께 만든 김윤철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박복자는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 신경 쓰되, 김 감독의 디렉팅에 의지했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감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선아의 표현에 따르면 "전체를 보고 도레미파솔라도 높낮이를 맞추시는 분"이 김 감독이었다.
김선아는 김 감독과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을 들여 대본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캐릭터를 잡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박복자에게 서서히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 별 것 아닌 쪽지에 감격할 만큼 '너무너무 외로웠던' 박복자
박복자는 한 마디로 딱 정의하기 힘들 만큼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처절한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던 만큼, '돈'을 향해 질주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유쾌하지 않게 부딪쳤다. 그러나 김선아가 생각한 박복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외로움'이었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해 가여운 존재. 김선아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복자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복자도 되게 외로웠을 거예요. 대본에 보면 마론인형을 갖지 못했던 10살 소녀 모습이 나와요. 인형 하나 갖고 싶었는데 그조차 갖지 못해서 종이인형을 오릴 정도로 '자기 것'이 없는 소녀. 안 회장(김용건 분)에게 마음이 간 것도, 어릴 때부터 사랑이 되게 부족했기에 따뜻한 한 마디가 그리웠던 게 아닐까. 물론 돈 때문도 있었지만 안 회장을 아빠로, 친구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안 회장 집안 식구들과 대부분 반목하고 대립했던 박복자는 둘째 며느리 우아진하고만은 각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극 내 우아진을 자신의 '워너비'로 삼았다. 말미에야 드러나는 그 이유는 어찌 보면 싱거웠다.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라고 쓰인 우아진의 쪽지 때문이었다.
"사실 별 거 아니거든요? 그런데 복자는 별 거 아닌 그 쪽지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그 말 한 마디 해 주는 사람이 평생 없었다는 거죠. 나중에 '이건 우아진 필체가 아니다. 내가 그 필체를 너무 잘 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어떻게 그랬겠어요. (따뜻한 말을 해 준 우아진 필체를 정확히 기억할 정도로) 너무너무 이 사람이 외로웠다는 거죠."
(노컷 인터뷰 ② '품위녀' 김선아 "복자에게 '진짜'가 과연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