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난리 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문제없다?"

잘못된 정보제공, 오락가락 발표 등 '양치기' 자처한 정부

'살충제 계란'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경기도 양주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들이 시료채취를 위해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정부를 '양치기'로 보고 있잖아요. 살충제 계란이라고 난리 칠 땐 언제고…. 이제와서 문제 없다고?"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또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계란 파동 이후 일주일만에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을 진행한 살충제 계란에 대한 안전성 검사 결과 발표 직후,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강은경(45.여)씨는 "아이들한테 뭘 먹여야 될지, 믿고 먹일 게 없다는 생각"이라며 "(친환경) 인증도 너무 쉽게 해주는 게 아닌지, 봐주기식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든다. 이번 결과 발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당국의 발표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날 식약처는 최악의 조건을 설정해 이번에 검출된 살충제 5종을 분석한 결과 인체에 위해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달걀의 살충제 검출량이 걱정할 만큼 많지 않고, 한 달이 지나면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강조했다.

독성이 가장 높은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의 경우 0∼2세는 하루에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를 먹어도 안전하고, 평생 매일 2개 반씩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4가지 성분에 오염된 달걀도 매일 평생 먹어도 이상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번 조사를 맡아 수행한 서울대 권훈정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태어나서 이유식 할 때부터 죽기 직전까지 계속 두 개 반 정도씩 매일매일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달걀 파문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식약처 발표에 소비자들의 불신은 적지 않다.

두 자녀를 둔 김기철씨(42)는 "지금은 뭘 한다 해도 좀처럼 정부를 믿을 수가 없다"며 "어떤 기준으로 친환경 인증을 해줬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계란을 살 생각이 없다"며 계란 판매대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대응 과정에서 빚어진 정부 부처 간 엇박자와 부실 조사 논란은 시민들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보제공, 오락가락 발표, 일부 지역서 검사 누락, 재조사, 추가 보완조사, 또 다른 살충제 성분 검출 등은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에 대해 21일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들께 불안과 염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관계기관 손발이 안맞고 발표에 착오가 있어 국민 불안을 키웠다"고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