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부임 후 소집된 1기 신태용호. 40세를 앞둔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전북)의 발탁은 가장 화제가 됐다. 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한 이동국이 여전히 대표팀에 소집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축구팬의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그라운드 '안'이 아닌 '밖'에서의 역할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면 가지 않겠다고 했을 정도로 이동국 본인도 확신이 서지 않았던 발탁.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이동국의 경기력에 확신이 있었다.
21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등장한 이동국의 표정은 밝았다. 그동안 수없이 와봤던 곳이라는 점에서 낯설 것 없는 파주NFC였지만 이번 소집은 분명 달랐다.
이동국은 "낯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바뀐 모습을 보니까 빨리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감독님이 축구 외적으로 뽑히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뽑는 카드라고 해주셔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아직 내가 운동장에서 보여줄 것이 남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활짝 웃었다.
이동국이 생각하는 대표팀은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는 곳'이었다. 특히 이번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 10차전은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이 걸린 중요한 경기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이란은 고비마다 만났는데 좋은 기억이 없다"고 털어놓은 이동국은 "이번 경기는 벼랑 끝 승부다. 중요한 순간에 이란을 꺾고 월드컵에 진출하겠다"는 더욱 분명한 각오를 밝혔다.
'맏형'으로서 대표팀에 합류한 이동국은 후배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밖에서 봤을 때 희생하는 선수가 많이 줄었다 생각했다. 모든 선수가 대표팀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혼자 돋보이려는 선수가 보였다"면서 "이번 대표팀은 자기가 돋보이는 것보다 옆에 있는 선수가 돋보이게 뛴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의 과감한 발언에 "최고참 선수가 희생정신을 업급했다는 점은 우리가 '원 팀'이 되는데 상당히 중요하다. 연륜이 묻어나는 발언을 해줘 고맙다"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