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원이 '계산서 협조'라는 정체불명의 명목으로 시시때때로 수백만원 이상의 돈을 따로 챙겼는데도 본사는 "영업사원과 대리점과의 협의가 있었던 사항"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20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수도권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주였던 장모씨는 지난 2011년~2012년 사이 물품 대금 중 400만~7000만원 안팎을 본사 직원이었던 김모씨가 따로 요청한 계좌로 송금했다.
장씨는 "본사 영업사원이 본사가 입금해야 할 일부 물품 대금을 개인 계좌로 입금해 달라고 요구해 '을'인 입장에서 거부할 수 없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다. 장씨는 기획팩(여러 제품을 담아서 팔때 쓰는 비닐봉지) 비용으로도 수백만원을 '별도의 계좌'로 지급했다. 이는 "모든 비용에 대해서는 본사로 송금한다"는 남양주 전·현직 대리점주들의 증언과도 다른 것이다.
더군다나 장씨는 통상 수십만원에 불고한 기획팩 비용으로 적게는 260만원 많게는 590만원까지 지불했다. 금액이 백배이상 부풀려진 것이다.
본사 직원인 김씨는 물금대금 내역이 적힌 마감장에 '계산서 협조'라는 항목을 새로 만들었는데 장씨는 "이게 뭔지는 모르고 본사 직원이 요구해서 송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직 남양유업 직원은 "계산서 협조라는 것은 원래 없는 내용"이라며 "본사 계좌 외에 별도 계좌로 송금 받는 일도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남은 의문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남양유업 직원이 왜 별도의 계좌로 돈을 송금받고 '딴 주머니'를 찼는지다.
가장 단순하게 보면 개인 횡령이 될수 있고, 아니면 조직적인 자금 빼돌리기도 의심해볼 수 있은 대목이다.
남양유업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전직 직원은 "영업사원 개인이 할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이정도 사항이면 최소한 (남양유업) 지점장을 거치지 않고는 할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장씨가 받은 마감장에는 남양유업 담당 직원과 파트장이 결재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 본사는 이런 심각한 돈 거래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며 발을 빼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영업사원과 대리점주가 협의해서 입금한 것으로 본사도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 부분을 아는 사람은 당시 팀장인데 현재 퇴사한 상태여서 접촉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쟁점은 별도 송금한 돈을 대리점주였던 장씨가 부당하게 부담했는지 여부다. 형식적으로 보면 장씨가 본사에 줘야할 물품 대금의 일부를 따로 떼서 송금한 것이지만, 실제로 그런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리점에게 부당한 금액을 요구하면서 물품대금의 일부인 것처럼 꾸몄을 가능성도 있다.
남양유업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점에서 금전 사고를 쳐서 이를 벌충하기 위해 편법 또는 불법으로 돈을 끌어 모은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돈이 본사까지 올라갔을 개연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