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영화 '택시운전사' 천만 돌파가 남긴 것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드디어 천만 고지를 넘었다. 올해 탄생한 첫 천만 영화라는 점에서 그 의미 또한 남다르다. 8월 전까지 '택시운전사'보다 더 많은 예산을 들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있었고, 당연히 천만 돌파가 예상시되던 영화도 있었다.

'택시운전사'는 결국 이 모든 영화들을 뛰어넘고, 조용하면서도 뜨겁게 흥행해 역대
19번째 천만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가슴 아픈 현대사를 담아낸 이 영화가 우리에게 남긴 의미들을 살펴봤다.

우리는 '택시운전사'로 배우 송강호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영화계 대표 천만 배우로 불리는 그는 '택시운전사'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세 번째 천만 영화를 기록했다. 송강호는 '시대의 얼굴'이라 불릴 정도로 지금껏 다양한 시대를 오가며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펼쳐왔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연기 경험이 많기 때문에 '택시운전사'에서도 충분히 그 진가가 발휘됐다는 평가다.

이번 영화에서는 누구보다 평범한 시민인 서울 택시운전사 김만섭이 국가의 폭력을 마주하고 변해가는 과정을 무겁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그려 나갔다.


송강호의 존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소재의 무게감을 극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5.18이라는 현대사는 굉장히 무겁고 아파서 여름 휴가 영화로 선택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데 송강호가 바로 그 진입장벽을 낮춘 일등공신"이라며 "현재 40대와 20대가 똑같이 청년 시절에 그 배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을 정도로 우리 관객들이 인정하는 배우다. 그렇게 관객들에게 쌓아둔 안정감이 아픈 현대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꺼이 극장을 찾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다른 하나는 영화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루고 있는 방식이다. '택시운전사'는 직접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은 광주 시민들이 아닌 사건을 담아낸 목격자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이 역사적 사건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택시운전사'는 각 캐릭터들을 통해 비극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그들이 바라보는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면서 직구를 날린다. 오히려 이런 요소 때문에 신파성 감동이 강한 여타 역사 실화 영화들보다 공감대 형성이 수월하다.

김형호 분석가는 "(가족 관객이 별로 없고) 10대와 30대 관객이 초반에 많았으니 기존 5.18 영화들처럼 진지하고 무거웠다면 천만 돌파가 힘들었을 거다. 그런데 어떤 장면은 코미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볍게 가면서 오히려 공감대가 극대화된 게 아닐까 싶다. 사실 관객들도 주인공처럼 외부인이니까 웃고 울면서 더 동화될 수 있었다고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택시운전사'는 개봉한지 18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관건은 얼마나 더 길게 흥행을 이어가느냐다. 과연 '택시운전사'가 천만 영화들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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