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0 · LA 다저스)은 20일(한국 시각) 미국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 원정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탈삼진 3피안타 4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0-0으로 맞선 6회 마운드를 넘겨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의 3-0 승리에 발판을 놨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6연승을 구가했다. 87승 34패로 메이저리그(MLB) 전체 승률 1위를 질주했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교류전인 인터리그에서 역대 세 번째로 단일 시즌 13연승을 달린 팀이 됐다.
류현진으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경기. 다저스 타선은 류현진이 물러난 이후 뒤늦게 터졌다. 7회 아드리인 곤살레스가 0의 행진을 깨는 적시타를 날렸고, 8회 저스틴 터너가 추가 적시타를 때린 데 이어 9회 야스마니 그랜달의 홈런이 나왔다.
▲부상 이후 첫 100이닝 돌파 '건재 과시'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이 얻은 소득은 분명히 있었다. 먼저 이날 경기로 류현진은 시즌 100이닝을 돌파했다. 이날 5이닝을 보태 101⅔이닝을 소화했다.
한 시즌 100이닝 이상은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2013년 MLB 데뷔 시즌 30경기 192이닝(14승8패)을 던진 류현진은 이듬해 26경기 152이닝(14승7패)을 소화했다. 이후 어깨 부상과 수술로 2015년을 통째로 쉰 류현진은 지난해 1경기 4⅔이닝만 던졌다. 그리고 절치부심한 올해 100이닝을 넘어선 것이다.
부상 이후 건재를 입증한 셈이다. 100이닝 돌파는 팀내 4번째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141⅓이닝), 알렉스 우드(117⅓이닝), 마에다 겐타(105⅓이닝) 다음이다. 리치 힐(94이닝), 브랜든 맥카시(86⅔이닝) 등보다 앞서 있다.
이런 페이스라면 류현진은 올해 145이닝 돌파도 바라볼 수 있다. 19경기에서 100이닝을 넘긴 류현진은 경기당 5⅓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다저스가 41경기를 남긴 가운데 류현진이 꾸준히 선발로 나선다면 8번 정도 더 등판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145이닝이 가능하다.
▲체인지업만 있다? 커터도 이젠 완전한 무기
이날 류현진은 89개의 투구 중 커터가 19개로 체인지업과 같이 직구(31개) 다음으로 많았다. 커브가 18개, 슬라이더가 2개였다. 그만큼 커터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1회 류현진은 상대 중심 타자들을 모두 커터로 처리했다. 첫 탈삼진부터 커터가 승부구였다. 류현진은 1회 1사 1루에서 상대 3번 저스틴 업튼을 맞아 시속 138km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4번 미겔 카브레라도 141km 커터로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3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도 커터는 유용하게 쓰였다. 류현진은 카브레라를 맞아 초구 114km 커브를 던진 뒤 139km 커터로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후 이날 가장 빠른 150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커터가 구속 증가의 징검다리가 된 것.
▲'ERA 3.45' 팀 선발진 중 3위
5선발 경쟁에서도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됐다. 류현진은 이날 호투로 평균자책점(ERA)을 3.63에서 3.45로 낮췄다. 팀 선발진 중에서는 커쇼(2.04), 우드(2.30) 다음이다.
최근 이적해온 전 텍사스 에이스 다르빗슈 유(3.83), 마에다(3.76), 힐(3.54), 맥카시(3.84) 등에 앞서게 됐다. 득점 지원이 낮아 비록 류현진의 승수는 적지만 경쟁력을 갖게 할 만한 지표다.
특히 갈수록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4월 1승4패 ERA 4.05로 시즌을 출발한 류현진은 5월 1승1패 ERA 3.72, 6월 1승1패 ERA 4.73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ERA 1.50을 찍은 뒤 8월에는 1승 무패 ERA 1.59를 달리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의 가을야구에 힘을 불어넣어줄 만한 수치다. 점점 MLB 데뷔 초기의 괴물로 돌아오고 있는 류현진. 향후 행보에 기대감을 갖게 할 만한 디트로이트전 호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