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서식하는 진드기와 파리, 모기 등 해충이 약제에 내성이 생기면서 갈수록 독한 약제를 사용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나타난 결과물이다.
우선 당장 동물복지 방식으로 전환할 수 없다면, 산란계 농장에 대한 소독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박종철(경기, 60세) 대표는 "농장에 와 보면 알겠지만 아무리 '파리'를 없애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다"며 "약을 쳐도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담이지만 농장 화물차 앞 유리에 붙은 파리가 전에는 시속 50킬로미터 속도만 달려도 떨어져 나갔는데 지금은 100킬로미터로 달려도 유리에 그대로 붙어 있다"며 "괴물 파리가 됐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파리가 사료에 몰리기 때문에 전에는 농장들이 사료에 파리 죽이는 약을 넣었지만 지금은 법으로 금지돼서 흡착제를 사용하고 있다"며 "내성이 강해져서 더 독한 약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불러 온 닭 진드기(일본명 와구모)도 괴물로 변했기는 마찬가지다.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전재수(가명, 56세) 대표는 "정부가 허가한 진드기 약품 가운데 전에는 와구프리 같은 제품을 많이 사용했지만 진드기가 내성이 생겨서 직접 뿌려도 잘 죽지가 않아서 '넉다운' 제품을 사용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넉다운 제품이 그나마 효과가 좋다고 해서 사용했는데 이번에 문제가 됐던 사용금지 성분이 들어 있었다"며 "자신은 3년전에 공장식 사육을 중단했지만, 독해진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선 더 독한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전 대표는 또, "정부가 약제를 쓰지 않고 진드기를 채집해 제거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공장식 밀집사육 방식 하에서는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계 업계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가 허용된 진드기 제거용 살충제가 12개 제품이 있지만 효과가 떨어진다며, 정부 독성관리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허가 약제를 쓰면 와구모가 죽지 않는데 농장들은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며 "식약처가 독성 연구를 하고 관리를 하는 기관인데 현실적인 대안을 내 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어제(18일) 안전관리 방안에서 친환경 진드기 약제를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했는데 값비싼 약제를 사용하라는 얘기 밖에 더 되느냐"며 "소독방식과 기준을 현실에 맞게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약제 독성 관리도 처음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