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적폐 청산' 아로새긴 스크린…들끓는 여론

'택시운전사' '공범자들' 동반 흥행 시너지…"언론 장악, 분노가 솟구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 망가질 대로 망가진 언론을 바로 세우자는 '언론적폐 청산' 여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올 첫 천만영화 등극을 눈앞에 둔 '택시운전사'와 성수기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대작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이 동반 흥행세를 보이면서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택시운전사'는 전국 956개 스크린에서 4071회 상영돼 18만 8696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난 2일 개봉 이래 줄곧 1위 자리를 지켜 온 이 영화의 누적관객수는 18일 기준 959만 2035명.

같은 날 '공범자들'은 208개 스크린에서 364회 상영된 덕에 1만 951명을 동원했다. 지난 17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이틀 만에 2만 8522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하며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세를 예고했다.

1980년을 배경으로 한 '택시운전사'와 지난 10년간을 기록한 '공범자들'을 묶는 공통분모는 '언론'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언론'이다. '택시운전사'에서 다뤄진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당시 신군부의 철저한 언론 통제와 그 협력자들 탓에 전국에 알려지지 않은 채 왜곡됐다. '공범자'들에 담긴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 철저히 망가져 온 공영방송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군사독재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작금의 언론 환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사진=쇼박스 제공)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YTN 해직기자로서 싸우다 9년 만에 복직하는 노종면 기자가 '고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아래 대목은, 이러한 한국 사회 언론의 처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영화(택시운전사)에 나온 위르겐 힌츠페터의 행동은 그냥 기자죠. 알려야 하는 사건 현장에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 가고 본인이 취재한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죠. 그러나 우리는 취재를 잘해도 경영진이 '그거 낼 수 있어? 잘라'라고 해요. 목숨을 걸고 취재를 해도 보도 못하게 하죠. 그게 장악된 언론의 모습이죠. 영화에서도 광주 지역신문의 사례가 나오긴 했습니다만, 대한민국 언론은 저런 기자가 취재해 와도 경영진이 막아버린다는 생각을 하며 봤어요. (37년이 지난 지금도) 본질에서는 안 바뀐 거죠."

◇ "언론의 입을 막으면 나라가 망한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언론개혁의 시급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택시운전사' '공범자들'을 접한 시민들이 SNS에 올리는 관람평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트위터 사용자 '@n*******'는 "'택시운전사'를 보고 왔는데 1980년의 언론과 이명박근혜 정권하에서의 언론이 어찌 이리도 같은 모습인지"라며 "자신들의 안위만을 돌아보고 부패한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한 모습이 너무도 서글픕니다. 참 언론과 마주하는 그날을 위해 끊임없는 '언론개혁'을 요구합니다"라고 지적했다.

'@l*******' 역시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왔다. 몰래 울었다"라며 "그때나 지금이나 기득권력에 온갖 아부와 구걸을 하며 기생충 같이 존재하는 썩어빠진 언론 또한 모두 이번 정권에서 축출되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다.

"'택시운전사' 본 느낌 : 적폐언론들이야말로 이 나라를 좀 먹는 벌레와 다를게 없다는 것"(@h******),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영화 '택시운전사'"(i*****) 등의 의견도 눈에 띈다.

'@t*****'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며 분노했던 장면 중 하나가 참혹하고 외로웠던 광주에 대해 아가릴 닫았고 또 왜곡했던 언론들이었다"라며 "40여 년이 지난 오늘 여전히 그들은 개처럼 엎드려 저들의 발바닥을 핥고 있다. 권력과 금력으로 그 대상만 바뀐 채 말이다"라고 질타했다.

영화 '공범자들' 스틸컷(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언론 부역자들과, 그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 온 언론인들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낸 '공범자들'. 이 영화를 접한 관객들의 언론적폐 청산 요구는 보다 선명한 형태를 띠고 있다.

'@h******'는 "언론탄압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언론사 우두머리들의 민낯이 고스란이 비춰진 영화 '공범자들', 다큐가 재미없다는 나의 편견을 깼다"라며 "언론의 입을 막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연출자) 최승호 PD의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공범자들'을 제작한) 뉴스타파 멋지다"라고 전했다.

'@p**********'도 "'공범자들' 보고 왔다. 대략적인 내용들은 알고 있던 부분이지만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저지른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압력을 세세하게 목도하고 나니 분노가 솟구친다"라며 "상영관 더 늘어났으면 좋겠고 MB는 하루빨리 구속길만 걸으세요"라고 썼다.

'@l*******' 역시 "영화 '공범자들' 봤다. 지난 10년간 나름 기사를 많이도 챙겨봤다 생각했는데 미처 몰랐던 일들도 있었네"라며 "두 시간 내내 주변에서 계속 헛웃음이 터졌다. 드골 정부가 언론부역자들부터 먼저 강력히 처벌했다는 게 떠올랐다"라고 전했다.

'@b*******'는 "'공범자들'을 봤다. 언론이 질문과 의문을 버렸던 10년 세월 동안, 나라는 엉망이 되고 사람들의 삶은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라며 "MBC, KBS, YTN. 있으나마나한 언론이니 없어져도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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