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발위에 관한 첫 보고를 받은 뒤 일제히 성토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친문 계열과 중진급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해철 의원(재선)과 홍영표 의원(3선), 윤호중 의원(3선) 등 의원 10여명은 정발위의 필요성과 역할에 의문점을 강력하게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해철 의원은 "당헌.당규상 내년 지방선거 1년 전인 지난 6월에 경선 규칙이 정해졌어야 했는데 그게 안 됐다"며 "당 지도부 회의에서 이를 계속해서 지적했는데도 그냥 넘어가더니 느닷없이 정발위를 구성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규정과 절차를 해당 선거일 1년 전에 확정하고, 경선에 필요한 사항을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하게 돼 있다.
설훈 의원의 비판은 더욱 날이 섰다. 그는 "당헌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공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 대통령도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 탄핵을 당하는데 당이 당헌을 안 지켰다면 대표도 탄핵감이 아닌가"라고 맹비난했다.
김상희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잘 이끌고 계시는데 당 지도부가 계속 분란을 낳고 있다"며 "당 대표가 제일 문제"라고 추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불만이 많지만 분란으로 비치기 싫어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며 "당 지도부가 제대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의원들은 정발위의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발위를 운영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핵심 역할을 맡는 한 의원은 "나조차도 정발위 역할과 구성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의총에 정발위원장을 맡은 최재성 전 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것도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 전 의원이 불참한 탓에 김영진 의원(당 전략기획위원장)이 정발위 개요를 설명해야만 했다. 김 의원은 "최 전 의원이 특별히 참여할 이유가 없어 오지 않았고, 내가 개략적인 설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최 전 의원은 의원들의 반발이 부담스러워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는 이유는 정발위가 추 대표의 사당(私黨)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다수 의원들은 추 대표가 측근인 최 전 의원을 정발위의 위원장으로 임명한 뒤 정발위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특정 세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실제로 의총에서 한 의원은 추 대표에게 "시.도당위원회의 권한을 중앙당으로 모으려고 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추 대표는 "일부 시.도당위원회는 아쉬운 점이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서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당헌당규대로 지방선거기획단을 정식으로 구성하고 공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면 되는데, 도대체 왜 정발위에서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추 대표는 의총에서 불만이 쏟아지자 일단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언제든지 상의할 수 있으니 찾아오라"고 의원들을 달랬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추후에 다시 의총을 열고 정발위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오는 25~26일 열리는 당 워크숍에서 이번 문제가 자연스럽게 다시 논의될 것으로 당 안팎은 전망하고 있다.
당내 중책을 맡는 한 의원은 "다음 의총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 같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