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민 5%가 암환자…중금속 날리는 '발전소 마을'

[석탄화력의 역습 ①] 대도시보다 높은 '중금속' 초미세먼지…환경부 실측예정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역량을 '탈원전'에 집중하면서 대선 공약으로 함께 꼽혔던 '탈석탄' 논의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현재도 곳곳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새로 들어서고 있고 추가로 9기가 더 건립될 예정이다. 값싼 석탄화력에 더욱 중독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석탄화력은 대기와 토양 등에 오염을 일으켜 인류과 지구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중금속 미세먼지, 비산 석탄재, 야간 소음 등에 고스란히 노출된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경우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CBS노컷뉴스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경남 하동 화력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피해사례를 소개하고 문제의 발단과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① 주민 5%가 암환자…중금속 날리는 '발전소 마을'
(계속)


경남 하동군 석탄화력발전소 1~8호기와 굴뚝에서 200m가량 떨어진 금성면 명덕마을 가옥(사진=김광일 기자)
경남 하동군에서 30년 가까이 운행중인 하동화력발전소 인근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최근 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드러났다.

환경부는 해당 발전소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PM 10) 가운데 중금속 물질이 상당량 포함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대규모 실측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 7년간 주민 5%25가 '암 발병'…10명 숨져

명덕마을 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와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발전소와 가깝게는 200m가량 떨어진 이 마을 주민 400여 명 중 지난 2010년 이후 7년간 암 진단을 받은 주민은 모두 19명에 달했다.

발병한 암의 종류도 다양하다. 19명 중 7명은 위암, 4명은 폐암, 3명은 식도암, 2명은 대장암, 2명은 간암, 1명은 혈액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10명은 이미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주민 상당수가 호흡기, 기관지, 피부질환을 앓고 있다.

혈액암 투병중인 명덕마을 주민 도경숙(54) 씨. (사진=노컷V 인터뷰 영상 캡처)
혈액암 투병중인 도경숙(54) 씨는 최근 취재진과 만나 "50대 젊은 사람인 나까지 암에 걸리고 나니 이제야 진짜 심각성을 느끼게 됐다"며 오열했다. 대장암을 앓았던 추자곤(67) 씨는 "400명 중 20명 가까이 암에 걸렸는데 여기 어떻게 계속 살겠냐"며 "분명 발전소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축사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명덕마을 주민 양경민(50) 씨 (사진=김광일 기자)
가까운 축산농가도 시름 하기는 마찬가지다. 명덕마을에서 30여 년간 소를 키워온 김광수(55) 씨는 "밤마다 발전소에서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나면 소들이 깜짝 놀라 펄쩍펄쩍 뛴다"며 "그래서인지 지난해 소 4마리가 폐사한 뒤 올해는 아예 송아지 생산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양경민(50) 씨는 "키우던 소가 죽을 때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팠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어 참을 뿐"이라고 답답해했다.

◇ '발암물질' 니켈·구리 대도시보다 높아

발병사례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발전소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때문이라는 주민들의 의심은 최근의 연구를 통해 상당수 사실로 드러났다.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환경부 발주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화력발전소 주변 4곳에서 확보된 초미세먼지에서 상당한 수준의 중금속 물질이 검출됐다.

경남 하동·인천 대부도·서울·대전·광주 등 지역별 초미세먼지 중 니켈 및 구리 분율(사진=서울대 연구팀 작성자료)
이 가운데 니켈 성분은 0.00025㎍/㎥으로 대도시인 서울과 대전, 광주보다 2~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구리 성분은 0.005㎍/㎥으로 해당 도시들보다 15배 이상 높게 관측됐다.

(사진=서울대 연구팀 작성자료)
크롬(0.0002㎍/㎥)과 납(0.0004㎍/㎥), 비소(0.0001㎍/㎥)의 경우 같은 석탄화력 발전소인 영흥발전소가 위치한 인천 대부도와 비교해서도 현저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해당 중금속들은 모두 발암물질이다.

측정소 4곳의 초미세먼지 농도 분포는 시간 변화에 따라 같은 흐름을 보였으며 특히 발전소에서 확산한 물질이 가장 먼저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측정소에서 대부분 가장 높은 수치가 나왔다.

연구를 총괄한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백도명 교수는 "고령인구가 많긴 하지만 마을의 암 사망자 비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라며 "석탄을 떼면 중금속 물질이 나오는데 지하수 등을 통해 인체로 노출되면 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를 토대로 발전소에서 나온 중금속이 실제 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정부차원 이례적 실측조사

경남 하동 석탄화력발전소 1~8기가 연기를 내뿜고 있다. 7기와 8기는 하나의 굴뚝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하동화력발전소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발전소 측은 일단 현행 배출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본부 관계자는 "우리 발전소는 황·질소산화물이나 먼지 배출기준을 따르고 있다"면서 "추가 감축을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고 고성능 설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사결과 검출된 중금속 물질을 두고는 "발전소 주변 산업단지나 제철소에서 날린 것일 수도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복잡한 역학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번 연구보고서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또 이를 토대로 전국 11개 화력발전소가 주변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실측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만 예산 제약으로 인해 올해는 경남 사천 삼천포발전소 1곳 주변만 실측하고, 내년부터 넓혀갈 예정"이라면서 "하동은 내후년에나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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