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자동차업계에 근무하는 주부 김영자(58.여) 씨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파동 이후 중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김 씨에게 '중국'은 '큰 나라'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회사를 걱정하는 남편의 한숨소리에 덩달아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
김 씨는 "우리도 중국을 좀 하찮게 생각하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강대국이 되고 이렇게 경제적인 보복을 하면서 완전히 뒤바뀐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원 박승진(59)씨는 "중국은 대단히 중요한 나라 중 하나라고 과거부터 생각해왔다. 그런데 사드로 인해서 그동안 가까워졌던 감정들이, '아, 결국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아직도 먼 나라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사드 사태로 인해 양국 관계가 어그러진 이후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 변화는 객관적으로도 나타난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호감도는 '비호감' 61%로, 불과 2년 전 '호감'이 61%로 나타났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렇듯 사드는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큰 충격으로 자리잡았다.
사드로 인한 양국 국민들 사이의 부정적 인식은 중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은 사드가 미국과 한국이 또다른 '슈퍼파워'로 성장하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한 한국 회사의 중국 지사에 근무하는 단미(27.여) 씨는 "심정이 매우 복잡하고 난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친구들도 여행을 갈 때 한국을 선택했을 것을 다른 나라를 선택하고, 물건도 한국제를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보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루뤼단(32·여) 씨는 "사드는 표면상의 현상이다. 한국인들이 노자가 한국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언론매체들도 있는데, 그렇다보니 중국인들은 한국사람의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거기에 (사드같은 일이 터지면) 상당히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이징대 학생인 캉씬(24·여)씨도 "일반 중국 국민들은 애국심이 있다.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국가 주권과 이익에 영향을 주는 일들은 마음 속에서 그 것보다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국 국민들 모두 악화돼 가는 한중 관계를 우려하며 사드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드보복으로 인한 현실적인 피해와 함께 인접국가로서의 위치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대표적 중국인 거리인 대림동 거리에서 찐빵 노점을 하는 40대 중국동포 A씨는 "중국 관광객들이 안 들어온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 관광객들 때문에 길거리가 빽빽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매출이 반 이상 차이난다"며 사드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답했다.
회사원 박경태(26) 씨도 "빨리 해결돼서 예전처럼 우호적인 관계가 된다면 좋겠다"면서 "어찌 되었든 인접국가로서 계속해서 감정이 악화되는 상황이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재학중인 팡낭(22)씨는 "한중은 장기적으로 서로 큰 영향을 받는 관계다. 한국의 문화가 중국의 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고, 한국도 일련의 중국 산업의 영향을 받는다. 양국의 더 많은 교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통해 양국의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역설적으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조민주(24·여)씨는 "중국은 예전에는 낙후된 1차 산업 중심의 국가였는데 이제 제조업 분야에서는 세계시장을 장악할만큼 발전했다고 느낀다. 독특한 것이, 역사적인 문제로 불매운동이 일어나도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한정적인데 중국의 '집단의식'이 아주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회사원 김은래(32) 씨는 "(사드 사건이) 중국과 우리가 이렇게 얽혀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런 부분을 잘 극복하면 앞으로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