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유독 계란판매 코너만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판매대에는 정부로부터 적합판정을 받은 계란만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썰렁하게 내걸려 있다.
10여 분이 지나자 드디어 50대 여성 고객 1명이 나타났다. 이것 저것 뒤적이다가 10알짜리 제품의 겉포장지를 옆으로 밀어 벗겨내고는 계란 1개를 직접 꺼내 들었는데, 껍데기에 표기된 난각을 확인하더니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난각 표기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역과 생산자를 알 수 있도록 표기돼야 하는 난각이 표준에 맞지 않다고 불평했다.
잠시 뒤 계란코너 판매원에게 물었다. "계란이 잘 안나가네요?"
"네, 께름칙하죠. 다른 제품과 달리 손님이 없어요."
'적합판정을 받았는데 왜 그런가?' 물으니, "걱정되잖아요. 정부 발표가 정확한 거 있나요? 맨날 뒷북이나 치지. 솔직히 저도 물건 못믿는데요..."라고 말한다.
살충제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 위주로 순차적으로 판매를 재개한 국내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매출이 급감했다.
롯데마트는 평소의 60~70% 수준으로 판매량이 줄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에 한해 매장에서 계란 판매를 재개했으나 적합판정 여부를 놓고 그동안 혼선이 있었던 만큼 만에 하나 적합 판정을 받았다가 부적합이 나온 제품은 당연히 수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경우도 17일 기준으로 계란 매출이 지난 주보다 46%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지수는 유통업체들이 밝히고 있는 수치보다는 훨씬 심각해 보였다. '친환경' 딱지가 붙은 계란마저 국민을 배신하자 시판중인 계란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 듯 하다.
특히 정부의 살충제 전수조사가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이뤄진데다 친환경 인증기관 상당수가 퇴직공무원들의 놀이터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적합 판정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인증기관 통폐합 등 현행 인증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과 함께 백화점과 마트, 슈퍼, 재래시장 등 각종 유통매장에서 불시 수거를 통한 살충제 안전검사를 실시해야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