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문제를 대구에서 제기한 것은 그동안 쉬쉬하고 있던 문제를 공론화해보자는 것”이라며 “이제 뒤에 숨어서 수군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해서 찬반을 당내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여 보자”고 제안했다.
앞서 그는 지난 16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정치적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에 간과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면서 “정치인이라면 자기가 잘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당시 우려하는 한 시민을 향해 “당장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었지만, 불과 이틀 뒤 당내 공론화를 추진하게 된 셈이다.
홍 대표는 “당내 의견이 조율되면 그 방향으로 조치하도록 하자”고도 했다. 토론 결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으면 출당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탄핵 때도 비겁하게 숨어서 쉬쉬하다가 당하지 않았느냐”며 “당당하게 찬성하거나 당당하게 반대하거나 당내에서 활발하게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홍 대표의 입장은 사안에 따라 찬반이 나뉘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법원 박 전 대통령의 하급심 재판의 방송 중계를 허용했을 때는 “시체에 칼질하겠다는 것”이라며 법원의 방침을 비판했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정 공방이 알려지는 것은 반대하면서 출당 문제는 공개 토론하자는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반(反)탄핵’ 세력인 이른바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받아 2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출당 요구에 가까운 쪽으로 입장을 바꾸자 당내 강경파 인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류여해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홍 대표님은 태극기부대의 진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한 하태경 의원은 “홍 대표는 태극기 부대가 강해지면 박 전 대통령을 감쌌다가, 약해지면 깐다. 갖고 노는 것”이라고 조롱했다.
홍 대표가 대선 전에는 박 전 대통령을 감쌌다가 이제 와서 다시 내치려는 이유는 바른정당과의 연대 혹은 통합을 겨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의원들의 출당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역 의원 출당의 경우 한국당 내규 상 소속 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해 현실성이 극히 낮다. 때문에 홍 대표가 현역 의원이 아닌 박 전 대통령만 출당하고 사실상 친박 청산이 완료됐다는 주장을 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