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타율 2할2푼8리(250타수 57안타)에 머물러 있다. 역대 개인 최저 타율이자 통산 2할7푼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사실 오재원은 정교한 타격이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다. 넘치는 투지와 재치로 팀 사기를 올려주는 역할이 더 크다. 공수주에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다.
그럼에도 올해 타격 부진은 심각하다. 오재원은 2007년 2할5푼9리로 데뷔 시즌을 치른 뒤 이듬해 2할4푼8리, 2009년 2할3푼이 가장 낮은 타율이었다. 이후에는 꾸준히 2할7, 8푼을 쳐주고 도루도 풀시즌일 경우 30개 이상을 해줬다.
2014년에는 생애 첫 3할 타율(.318)을 이루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3시즌 평균 114안타를 때려줬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힘을 보탠 알짜배기 선수였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는 숙적 일본과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비호감 선수에서 '오열사'라는 영광스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그랬던 오재원이 올해 극심한 부진에 빠진 것이다. 그 사이 백업 멤버였던 최주환이 3할 타율의 맹타로 생애 첫 올스타에 뽑히는 등 주전으로 도약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오재원을 2군으로 보내야 한다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지난 13일 2위 경쟁자 NC와 잠실 홈 경기에서는 귀중한 결승타를 때려냈다. 1-1로 맞선2사 만루에서 오재원은 유격수 쪽으로 타구를 날린 뒤 전력질주하고 몸을 던져 1루를 터치했다. 최초 아웃이던 판정이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가 되면서 오재원은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다. 타격감은 좋지 않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오재원의 투지가 빛난 결과였다.
17일 KIA와 홈 경기에서도 오재원의 활약은 돋보였다. 2-1로 역전한 1회 2사 만루에서 오재원은 상대 좌완 선발 팻 딘으로부터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8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바깥쪽 직구를 밀어때린 기술적인 타격이었다. 수비에서도 오재원은 유격수, 3루수와 4개의 병살타를 합작하며 4-1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롯데전 실책 악몽을 씻은 활약이었다.
경기 후 오재원은 올 시즌 부진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오재원은 "당연히 슬럼프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어릴 때는 몰라서 못한 거였는데 (주전급으로 성장한) 이후 부진한 선수들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까 했는데 올해 내가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오재원은 "WBC를 얘기하면 핑계밖에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것마저 대비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오재원은 "WBC도 다 내 탓"이라면서 "부진을 이겨내고 컨디션을 되찾아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속앓이를 털고 마음을 비운 상황이다. 오재원은 "타격 부진으로 마음고생할 시기는 많이 지났다"면서 "나가면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하고 자신없는 것보다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올해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조금이라도 잘 하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규리그 막판 및 가을야구에서 반등할 의지도 드러냈다. 오재원은 "뛰고 있는 선수나 벤치에 있는 선수들 모두 다 조금씩 아픈 상태"라면서 "건강하면 분위기를 더 좋게 가져갈 선수가 많다"고 전제했다. 이어 "부상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그래야 좋은 기운도 나오고 허슬 플레이도 나온다"며 가을야구 활약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