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이사장은 17일 오후 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나려 한다"며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해 새 이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2013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을 거쳐 지난해 10월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정 이사장의 이사장 임기는 당초 2019년 9월까지였다.
그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친분이 두터워 금융권 친박계 인사로 줄곧 거론되며 내정 단계에서부터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에는 최순실 씨의 인사청탁을 받고 KEB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정 이사장을 고발했으며,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수사 중이다.
향후 거래소는 정 이사장의 후임자 선출을 위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추천위는 사외이사 5명,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대표 각 1명, 금융투자협회 추천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 구성에서 차기 이사장 선임까지 한달 반에서 두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임 이사장으로는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위원장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 이사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금융권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친박 인사' 물갈이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권 친박계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 출신으로 이 대학에서 교수를 지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금융인 모임을 주도했으며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