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계란을 왜 버려?"…회수한 계란 되팔겠다는 상인들

계란 유통 단계별 보관 기간 1~2일씩 길어지면서 최종 소비까지 33일 이상 소요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살충제 계란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계란 유통시장은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계란 소비둔화로 산란계 농장은 물론 중간 유통 상인들의 창고에 계란이 쌓이면서 유통 단계별 보관 기한이 평소 보다 1~2일씩 길어지고 있어 품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계란 유통 실태에 대해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 계란 처리를 놓고 서로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 소비둔화로 재고물량 급증…유통 단계별 보관기간 1~2일씩 길어져

한국계란유통협회에 따르면, 통상 계란은 산란계 농장과 유통 상인, 소매점포를 거치면서 각 단계별로 3-4일씩 보관된다. 중간 유통단계에서 최대 12일 정도 창고나 점포 판매대에서 상온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이후 소비자가 구입하면 4인 가구를 기준으로 계란 30개 한 판을 소비하기까지 20일 정도 냉장 보관하게 된다.

결국 계란이 생산되면 최종 소비까지 28일에서 32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계란 유통기간은 28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지난 14일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면서 계란 유통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소비가 둔화되면서 각 유통단계별로 1~2일씩 보관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소매점들이 계란을 아예 팔지 않고 반품하는 상황이라 (본인 창고에) 21만개가 쌓여 있다"며 "이게 언제 풀릴지 예측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농장에 가 봐도 계란이 쌓여있다"며 "계란이 중간 유통단계에서 전에 보다 5일 이상 길어질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말은 계란이 생산돼서 최종 소비까지 33일 이상 소요돼 정상적인 유통기간 28일을 초과할 수 있다는 것으로, 소비자들은 그만큼 품질이 떨어진 계란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 반품 계란, 다른 소매점에 판매…유통기간 더 길어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와 동네 소매점 등에서 반품된 계란이 창고 보관을 거쳐 또 다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계란 유통 상인인 김종진(48세)씨는 "일부 언론들이 08 계란은 무조건 먹지 말라고 잘못 전달해서 지금 경기지역 유통 상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냉장고에 보관했던 계란을 마트에 가지고 와서 현금으로 환불해가면, 마트에 납품했던 상인들이 결국 돈을 지불해야 한다"며 "그런 계란은 무조건 폐기처분하지만, 멀쩡하게 마트 판매대에 있던 계란까지 다시 가져가라고 해서 창고에 쟁여 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인 백제문(56세)씨는 "살충제 계란도 아니고 전혀 문제가 없는 반품 계란을 무한정 쌓아놓을 수도 없고 해서 다른 소매점에 조금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번에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반품된 계란의 경우 또 다시 중간 유통 상인 창고에서 3~4일 이상 보관 돼 일반 계란에 비해 유통기간이 길어지면서 품질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 살충제 계란 폐기 처분…농식품부, 식약처 갈피 못잡고 우왕좌왕

농식품부는 17일 기준 전국 67개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거나 사용승인을 받았어도 기준치를 초과한 농장이 32개에 달했다.

이들 농장이 사육하고 있는 산란 닭은 모두 191만 마리로 하루 평균 계란 생산량이 125만개에 이른다. 정부는 이들 계란에 대해 출하 금지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즉시 폐기 처분했는지 여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폐기 처분은 식약처가 결정할 사안이다"며 "다만, 살충제가 검출됐어도 10일 정도 이의신청 기간을 주도록 돼 있기 때문에 아마도 즉시 폐기처분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일부는 농장 주인들이 폐기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수량은 알지 못한다"며 "매일 100만개 이상이 생산되는 데 농식품부가 (폐기처분 작업에) 협조를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살충제 계란 처리를 놓고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밖에, 농식품부는 살충제 전수조사 결과 친환경 인증농장은 살충제를 사용해선 안 되지만 35개 농장이 살충제를 사용해, 기준치 이하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들 농장은 친환경 인증 기준을 위반했지만 살충제 부적합 농장은 아니기 때문에 계란 판매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농장이 생산하는 하루 130여 만개의 계란에 대해 유통을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이번 참사는 일부 계란생산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법을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유통 상인과 소비자들이 당하고 있다"며 "살충제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계란을 유통시킨다면 소비자들은 더욱 더 계란을 외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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