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관 1주년을 맞은 롯데콘서트홀을 운영하는 한광규 롯데문화재단 대표에게 ‘성과’를 꼽아 달라 했더니, 그는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언론에서는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했다’, ‘클래식계 파이를 키웠다’ 등 칭찬을 쏟아내는데도, 한 대표의 말에서는 ‘아직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지난 2016년 8월 19일 개관 공연을 시작으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 ‘롯데콘서트홀’은 개관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국내 첫 ‘빈야드’(포도밭처럼 홀 중심에 연주 무대가 있는 것이 특징) 스타일의 공연장, 예술의전당 개관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 문을 연 대형 클래식 전용홀, 잠실 롯데월드몰 내 위치, 초대형 파이프오르간 설치 등.
낮 시간대는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대중 친화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클래식 공연을, 저녁 시간대는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수준 높은 공연을 마련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대중과 애호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붙잡았다. 개관 후 1년간 약 30만 명이 롯데콘서트홀을 방문했다. 그는 이 결과가 자신이 만든 게 아닌, 환경적 도움이 컸을 뿐이라며 공을 돌렸다.
“다른 공연장은 독립적으로 있어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데, 롯데콘서트홀은 큰 몰 안에 있으니, 쇼핑몰 오신 분들이 편히 공연장으로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반대로 공연장에 오신 김에 몰에서 즐길 수도 있고요. 그러니 제가 아니라 그 누가 책임자로 오더라도 자연스레 이뤄졌을 겁니다.”
물론 환경적 위치가 한몫을 한 것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비(非)클래식 출신이라는 점도, 대중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부담되고 걱정됐던 건 사실이죠. 그래서 매일 라디오도 클래식만 듣고 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관리자 입장에서는 본질이 똑같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는 관리자로서, 롯데콘서트홀을 효율적이고 목표 지향적으로 잘 운영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물론 클래식을 많이 알면 좋다고 봐요. 하지만 너무 알아서 편견이 생길 수도 있죠. 적당히 좋아하는 수준이 일반인에게는 객관적일 수 있어요. 때문에 저 같은 일반인이 하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중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롯데콘서트홀 낮 공연 브랜드인 ‘엘 콘서트’(L.Concert) 중 호응도가 높은 것들은 내년에 1.5∼2배까지 공연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차원의 사업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내년 1월 창단을 앞둔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인재 발굴 및 교육을 위해 결성됐다. 지휘자 정명훈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밖에 코치진으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수석 연주자들(Helene Devilleneuve(오보에), Jean Francois Duquesnoy(바순), Jerome Voisin(클라리넷))이 참여한다.
이외에도 국가유공자 및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초청 공연과 클래식에 낯선 사람들을 위한 콘서트홀 무료 개방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한 대표는 롯데콘서트홀이 잘 활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남겼다.
“세계적인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음향이나 시설 면에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보기 힘든 좋은 공연장이다’고 칭찬을 해요. 그렇게 좋은 공연장이 한국에 생겼으니, 잘 활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존 마니아들의 만족도도 높이는 동시에, 더 많은 일반 사람들이 와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작게는 고객들, 크게는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게 롯데그룹의 가치이자 미션입니다. 롯데콘서트홀은 그룹의 미션을 수행하는 일환의 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