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방선거 때 개헌 반드시"…개헌 논의 탄력 받나

'정부가 개헌안 낼 수 있다' 시사해 국회 개헌 동력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추진하겠는 대선 공약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관련 공약이행 발언으로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용이 방대하고 권력구조 변경에 대한 생각들이 달라 합의안 마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합의안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을 하겠다는 그 약속에 변함이 없다"고 하면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국회가 개헌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가 개헌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개헌안을 내는 방법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정부가 개헌안을 내는 경우에 대해 '국회 개헌특위 논의 사항들을 이어받아 국회와 협의하면서 자체적으로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마련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국회가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개헌의 방점이 권력구조 개편 보다는 지방분권 개헌이나 기본권강화에 찍혀 있다고 읽혀질 수도 있다. "중앙권력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개헌에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방분권 개현, 국민기본권 강화를 위한 부분은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 중앙권력구조(대통령 권한 축소, 국회 권한 강화) 개편문제는 이제 국회의 몫이 됐다. 권력구조 뿐만 아니라 개헌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 국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합의를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회 개헌특위는 지난 6개월의 회의를 통해 개헌과 관련한 여러 쟁점을 정리한 상태며 9월부터는 지방을 순회하며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하반기부터는 개헌논의를 활성해 국민적 관심을 촉발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안에는 개헌 단일안이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다.

개별 의원들의 개헌 토론회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당장 다음달 6일에는 자유한국당 정종섭, 국민의당 이상돈,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30년만의 개헌, 왜 '양원제'가 주목받나?>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개헌안을 낼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국회 주도의 개헌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 발언에 국회에서의 노력 과정보다 정부의 다른 안을 제시하려고 하는 숨은 의도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연말까지 개헌안이 만들어지도록 국회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헌특위 위원인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도 CBS와의 통화에서 "개헌특위에서의 합의가 제대로 안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정부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볼 때 부적절하다"면서 "지금은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에 집중하도록 정부에서도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인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개헌 발의는 국회도 대통령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국회 주도로 개헌을 논의하는 마당에 별도의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큰 혼란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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