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에 대해서는 여야의 평가가 서로 크게 다르지만 국민들은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계속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8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YS의 경우 취임 초 군내 하나회를 숙청하고 재산공개를 단행하면서 초반 지지율이 하늘을 찔렸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에 취해 있을 때는 아니다.
YS의 경우 퇴임 때는 6%까지 추락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초반부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데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정부가 무너진 영향이 크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에 젖어있던 국민들에게 새 정부는 정상적인 출범 자체만으로 박근혜 정부와 크게 대조되면서 점수를 딴 측면이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소통강화 행보가 더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통합하여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정권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으로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국가운영의 물길을 바꾸고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과제도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정원은 스스로 "개혁의 담금질"을 하고 있고 검찰도 사상 처음으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기도 했다.
하지만 높은 점수에 가려진 부정적인 평가도 여전하다.
특히 출범 초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인사는 실망스런 부분이 많다.
대통령 자신이 고위공직자 임명배제의 기준으로 5대 적폐(부동산투기, 병역기피, 세금탈루, 논문표절, 위장전입)를 약속해 놓고 여지없이 이를 어기면서도 제대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야권으로부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이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성급하게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것이 탈원전 정책추진이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를 곧바로 임시 중단시키고 공사 계속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기로 한 것이다.
아무리 대선 공약사항이라지만 30% 가까이 진척된 공사를 당장 중단시키면서까지 탈원전의 깃발을 들 일은 아니었다.
탈원전은 국민의 삶과 깊이 연관돼 있는 중장기적인 문제인 만큼 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으면서 추진해야 할 사안인데도 그렇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이로인해 국민들 사이에 일지 않아도 될 괜한 갈등이 일었다.
갈등은 앞으로 진행경과에 따라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야권으로부터 무능한 정부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코리아 패싱'(한반도 문제에 한국 소외)에 이어 '문재인 패싱'이라는 비판도 공공연하게 제기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대응 탓은 아니다.
위기의 원인은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급 미사일 도발에 있다.
여기에 본토 공격 위협에 직면한 미국이 맞대응하면서 위기가 고조된 것이다.
현 단계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굳건한 한미일 동맹과 국제사회 제재 강화를 통해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전선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문제는 앞으로이다.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에 오른 북한을 상대로 북핵위기가 증폭되지 않도록 하면서 평화를 위한 해법을 강구해야 하는 힘든 과제가 놓여있다.
야권이 주장하는 '무능' 여부는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의해 판가름날 것이다.
안보 문제 외에 정부가 마련한 경제와 일자리, 주거, 안전, 의료 등 국정운영의 청사진도 앞으로 실행과정에서 제대로 그린 것인지 드러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0일을 지나오면서 진정한 국민주권시대가 시작되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국민의 마음을 끝까지 지켜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00일에 대한 진지한 성찰 속에 국민들로부터의 높은 지지율이 계속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