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전 과장은 청와대에 보낸 보고서에 최순실씨 측 인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관해 부정적으로 썼더니 박 전 전무가 그 사실을 알고 자신에게 항의했다며 "협박처럼 느껴졌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7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속행공판을 열고 진 전 과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진 전 과장은 2013년 7월 승마협회 내부 갈등과 비리 등을 조사한 보고서를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의 명령대로 청와대에 송부했더니 같은 날 박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진 전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박씨는 "서운하다, 어떻게 나를 그렇게 표현할 수 있나"라고 항의했다.
진 전 과장은 당시 상황을 말하면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보고한 자료가 민간인인 박씨에게 어떻게 바로 유출됐는지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검찰이 '협박처럼 느껴졌나'라고 묻자, 진 전 장관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어 진 전 과장은 "(박씨의 말을 듣고) '앞으로 내게 신분상 안 좋은 일이 있겠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 전 과장은 이후 2주 뒤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자신과 노태강 당시 체육국장(현 2차관)을 조사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으며 문체부 소속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발령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 전 과장은 명예퇴직으로 문체부를 떠났다. 그는 "(정년까지 남은) 2년 반 동안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했다.
진 전 과장의 좌천 인사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씨는 18일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한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최씨 측은 박 씨를 강제 구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재판은 몇몇 증인 신문이 철회되면서 이례적으로 일주일 만에 열렸다. 재판부는 심리가 본격화한 지난 6월부터 매주 4차례씩 집중 심리를 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선 기일에서 입었던 것과 다른 밝은 회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지난 10일 열린 공판에서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톤의 상의를 입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