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서 건넨 달걀로 전수조사? 누가 살충제 계란 낼까"

- 방독면 쓰고 살충제 뿌렸다 샤워하듯
- 닭 없는 곳에? 몇만 마리 끄집어낸다?
- 약 치면 며칠 동안 계란 못 먹었다
- 전수조사? 농가서 모아준 계란으로?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농장주(산란계 양계 농장주)

살충제 달걀 파동. 오늘까지 1400여 개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이 되고요. 전수조사를 통과한 달걀들은 어제부터 다시 판매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계 업계에서는 전수검사하고 통과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이렇게 지나갈 일이 아니다. 이대로의 방식이라면 살충제 달걀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얘기를 합니다. 도대체 사정이 어떻기에 그럴까요? 실태를 직접 들여다보겠습니다. 지금 닭 농장을 운영하고 계신 분이세요.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선생님, 나와 계세요?



◆ 농장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닭을 몇 마리나 키우세요?

◆ 농장주> 한 2만에서 3만 마리 정도.

◇ 김현정> 2만에서 3만 마리. 굉장히 많이 키우시네요. 그런데 그 방식이 공장식 사육, 밀집사육 방식으로 키워오셨다고요?

◆ 농장주> 네, 그렇죠.

◇ 김현정> 그게 어떤 방식입니까?

◆ 농장주> 좁은 케이지 안에 새끼 병아리들을 넣으면 닭들이 죽을 때까지 계속 그 안에 있는 건데요. 3년 전쯤에 당시 한 6월달 쯤 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케이지에 개미보다 더 작은 이 같은 것이 온통 새까맣게 붙어 있는 거예요.

'살충제 계란'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경기도 양주 한 산란계 농장에 산란계들이 사육되고 있다.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케이지라 하면, 상상하시면 됩니다. 닭장이고요. 1단, 2단, 3단 이런 식으로 쌓여 있는 그 닭장이고.

◆ 농장주>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거기에 이보다도 작은

◆ 농장주> 까만 어떤 진드기 같은 것이 붙어 있는 거예요.

◇ 김현정> 그게 바로 문제가 되고 있는 닭진드기입니까?

◆ 농장주>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닭진드기.

◆ 농장주> 살충제를 치기로 하고 준비를 하는데 우리 화생방 훈련 받을 때 군대 가면 쓰는 방독면 같은 거 있잖아요. 그걸 주는 거예요, 쓰라고. 그래서 이걸 왜 쓰냐고.

◇ 김현정> 살충제 치는 분이 이거 써야 한다?

◆ 농장주> 네, 가르쳐주신 분이 이거 써야 된다. 왜 써야 하냐고 물어보니까 본인이 안 쓰고 해 봤는데 구토가 나고 눈, 코, 입이 쓰라리고 거북해서 며칠간 고생했다. 그래서 자기는 꼭 방독면을 쓰고 친다고 말을 해 주는 거예요.

◇ 김현정> 이걸 칠 때 이게 사람 몸에 닿으면 눈으로 들어가면 코로 들어가면 구토가 날 정도로 독하니까 방독면 써라 하면서 그걸 치러 다녀요?

◆ 농장주> 네네. 그때 처음 진드기 이 진드기 와구모라고 하는 살충제, 와구모 살충제에 대해서 알게 됐고 한두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친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 번 칠 때 보통 살충제로 샤워하다시피. 우리 세차장 가면 고압 분무기 있잖아요, 차 세차할 때.

◇ 김현정> 착 뿌리죠, 위에서.

◆ 농장주> 네네. 그걸로 치거든요, 보통. 샤워하다시피. 약값이나 인건비 많이 들기 때문에 무조건 세게 이렇게 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샤워라는 표현을 쓰셨어요. 그러니까 닭진드기 와구모라는 게 생기면 살충제를 갖다가 치는 사람은 방독면 끼고 샤워하듯이. 닭한테 뿌리는 겁니까, 닭장에 뿌리는 거예요. 어디에 뿌리는 거예요?

◆ 농장주> 닭한테는 당연히 뿌리고요. 그 다음에 닭장에도 뿌리고 그 다음에 사료통, 물통 다 그냥 다 뿌립니다.

◇ 김현정> 계사 전체가 이 살충제로 샤워가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네요.

◆ 농장주> 그렇죠. 사우나 같은 데 가면 막 뿌옇잖아요. 그렇게 해 주는 거죠.

◇ 김현정> 가려서 여기는 치고 여기는 말고가 아니라 그냥 전체를 샤워.

◆ 농장주>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현장 가보면.

◇ 김현정> 그래요?

◆ 농장주> 네, 다 붙어 있기 때문에 케이지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칠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방독면을 끼고 쳐야 될 정도로 독한 약을 여기다 뿌린다면 선생님 뿌리시면서도 이거 닭이 괜찮을까? 이 계란, 달걀은 괜찮을까, 이런 생각 하셨겠는데요?

◆ 농장주> 그런 생각했었죠. 깜짝 놀랐고, 처음에.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당시에. 유일한 대안이 그거 치는 거였고. 약 치면 며칠 동안 계란 못 먹었죠. 제가 직접 키워도.

◇ 김현정> 못 드셨어요? 이거 무슨 약이 들어가는지 아니까?

'살충제 계란'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경기도 양주 한 산란계 농장에 산란계들이 사육되고 있다.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자료사진)
◆ 농장주> 네, 이게 구체적으로 하나하나는 알지 못하지만 몸에 안 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못 먹었죠.

◇ 김현정> 내가 키워놓고도 내가 달갈 받아놓고도 그걸 며칠 동안 못 먹었다고요?

◆ 농장주> 네, 그렇죠.

◇ 김현정> 잡는 방법이 다른 방법은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흙 목욕을 시킨다든지 자연스러운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자연친화적인 그걸로는 안 됩니까?

◆ 농장주> 그게 유일한 대안이죠. 그런데 케이지 방식으로 키우는 분들은 흙목욕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거든요, 전혀.

◇ 김현정> 상황이 불가능? 하긴 케이지에 그 닭장에다가 3만 마리를 넣고 키우는데 그걸 거기서 빼서 흙 목욕을 시킨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겠군요?

◆ 농장주> 그건 불가능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뿌리신 살충제가 바로 그게 문제의 피프로닐, 비펜트린 이런 건가요?

◆ 농장주> 저희는 피프로닐, 비펜트린 그런 거는 일단 모르고 그냥 효과가 좋다고 하니까 그냥 쓴 것밖에는 없습니다.

◇ 김현정> 일단은 진드기 잡는 게 목적이니까 효과가 좋다고 하면?

◆ 농장주> 잘 잡히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건 신경을 거의 안 씁니다.

◇ 김현정> 잘 잡히는 게 최고다고 생각을 하니까?

◆ 농장주> 한 번에 무조건 잘 잡아야 된다는 그런 생각뿐이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심지어 써도 된다라고 허가한 살충제도 인가를 한 살충제도 닭이나 달걀이 없는 빈 계사, 빈 곳에 쓰는 게 원칙이라고 그러는데요.

◆ 농장주> 네네. 그렇게 하는 데는 대한민국에 아마 한 군데도 없을 겁니다.

◇ 김현정> 한 군데도 없을 거다?

◆ 농장주> 전혀 몰랐고 그렇게 해야 된다는 규정이 있는 줄도 몰랐고 다른 농가들도 대부분 모르고 아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걸 알고 있다면 아마 코웃음칠 겁니다. 몇 만 마리 되는 닭들을 닭장 밖으로 다 끄집어내고 약을 치고 다시 그걸 다 안으로 집어넣는다는 건데 도저히 이게 말이 안 되고요. 이거는 현실적으로 보통 우리가 한 달에 한두 번씩 이렇게 주기적으로 친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런데 닭이 있는 상태에서 쳐도 몇 날 며칠을 저희가 붙어서 쳐야 되는데 그걸 다 끄집어내고 치면 1년 내내 그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 김현정>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말씀?

◆ 농장주>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이 살충제 달걀 논란이 터지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 농장주> 여러 가지 생각이 들죠, 내부자로서. 지금 뭐 저도 어린 자녀 2명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사실 결정적으로 공장식 축산을 포기한 게...

◇ 김현정> 포기하셨어요? 이렇게 하시다가?

◆ 농장주> 지금은 이제 자연농법으로 그렇게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살충제 때문에 사실 공장식 축산은 결정적으로 포기를 했었는데.

◇ 김현정> 그 말씀은 양심에 너무 가책이 돼서? 너무 찔려서?

◆ 농장주> 너무 찔리죠. 왜냐하면 가족들한테도 이거 제가 권할 수가 없기 때문에.

◇ 김현정> 나도 못 먹는 거 우리 가족 못 주는 걸 사람들한테 먹이고 있구나 이런 양심의 가책 때문에?

◆ 농장주>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 전수조사가 오늘까지 진행이 된다 그럽니다. 한창 진행 중입니다. 전수조사 진행되는 거 보면서는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으세요?

◆ 농장주>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전수조사 한다길레 인원이 많이 필요할 텐데 단기간에 이게 가능할까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 김현정> 2, 3일 안에 이게 가능할까 하셨어요?

◆ 농장주> 네네. 생각했었죠. 그래서 저는 담당 직원들이 조사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담당 직원들은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오라는 거예요.

◇ 김현정> 계란 한 판 들고 마을회관으로 오세요, 이렇게요?

◆ 농장주> 네. 하길레 마을 사람들이 한 판씩 갖고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조사 나오는 게 아니라 닭 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한 번에 싣고 가서 조사한다는 거예요.

◇ 김현정> 아, 그렇군요.

◆ 농장주> 만약에 제가 어제 예를 들어 저희 농가에 살충제를 쳤다 하면 저도 살충제를 친 농가 입장에서 어제 쳤는데 오늘 계란을 갖다 달라고 할 때 저희 계란을 순순히 갖다 주겠습니까?

◇ 김현정> 그럼 살충제를 친 농가라고 하더라도 그 계란을 갖다 주겠느냐 다른 달걀을 갖다 주지 않았겠느냐 이 말씀이에요?

◆ 농장주> 네. 옆집 농가에서 한 판 빌려서 갖다 줄 수도 있고 계란이 수집되는 과정에서 다른 농가의 계란을 빌려와서 준다고 해도 전혀 검출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 김현정> 아이고. 이건 큰 문제네요. 지금 전수조사가 잘 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걸 통과했으면 안전하다라 생각을 했는데 이런 식으로 방법이라면. 물론 농가들이 정직하게 갖다 냈으면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안 그런 농가도 있다라고 생각하면 아찔한데요.

◆ 농장주> 안 그런 농가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게 그게 발각이 되면 영업을 못하는데 당연히 이게 다른 농가의 것을 얻어서 할 수밖에 없죠. 왜 그러냐면 제가 아들이 있는데 4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어린이집 다니는데 어린이집에서 알림장이 왔어요. 우리 어린이집에서 거래하는 농장에서 품질보증서를 보내왔는데 거기 보니까 이상이 없는 걸로 돼 있다. 이렇게 보내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농장 주소를 검색해 봤어요. 검색해 보니까 수십만 수를 키우는 큰 농장이었어요. 제가 그 농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그런데 그런 농장 같은 경우는 살충제 안 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괜찮다고 나왔다고 우리 아이에게 앞으로 그 계란 먹이겠다는 거예요. 제가 너무 화가 났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거 충격적인데요. 전수조사도 지금 허투루 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현장에서 지적을 해 주셨어요. 이 문제 일단 확실하게 좀 전해 드려야 될 것 같고 개선이 돼야 될 것 같고 이번이 끝이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닭진드기가 앞으로도 계속 생길 텐데.

◆ 농장주> 계속 생기죠.

◇ 김현정> 그렇죠?

◆ 농장주> 네. 공장식으로 하시는 분들도 어쩔 수 없이 하시는 거잖아요.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지 말고 친환경 살충제 같은 거 닭이 있는 상태에서 닭 빼고 치라고 하지 말고 닭이 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칠 수밖에 없는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살충제 같은 거 반드시 개발해서 지원해 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일단 말씀을 듣죠. 아유, 구구절절 참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제가 듣고도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선생님, 용기 내서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농장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공장식으로 닭농장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자연농법으로 바꿔서 운영하고 계시는 분이세요. 산란계 농장주 한 분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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