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달걀에서 피프로닐(Fipronil) 살충제가 검출된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 위치한 친환경 산란계 농장.
'마리농장'이라는 상호가 써진 낡은 간판 옆에서 농장주의 아내인 50대 A 씨를 만날 수 있었다. A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지만 혼자 분주히 창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30여년간 양계장을 운영한 농장주는 이번 사태로 큰 충격을 받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계란 선별작업장에서 화재도 겪어 그 충격이 배가 됐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남편 대신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6일 수의사를 통해 살충제를 구해 썼는데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의사한테 처방을 받아 약을 먹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수의사는 취재진이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대신 한 언론을 통해 살충제 처방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다른 농장들에게는 아주 미안하다"며 "공무원들도 어제 쉬는 날인데도 새벽같이 와서 밤 11시까지 폐기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진드기 퇴치용 농약의 일종인 비펜트린이 검출된 경기도 광주시의 한 산란계농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농장주 A(85)씨와 그의 아내 B(82)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듯 울먹이며 파리채를 연신 휘둘렀다.
B씨는 "40년간 농장을 했는데, 우리는 양계장에 약을 치거나 쓰지도 않는다"며 "보듯이 와글거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앞마당이나 난자(알을 놓는 판)에 좁쌀만한 약을 뿌린 것 뿐인데…만날 파리만 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이날 곤지암의 산란계 농장 인근에서 만나 계란 도매상 C씨는 거래하는 계란을 모두 수거해가는 길이라며 분개했다.
C씨는 "정부에서 전량 반품하라고 하니.. 35년을 계란 도매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다"며 "파리약 안 치는 농장이 어디 있냐. 다같이 약 치고 하는데거래처에서는 계속 전화가 오고…조사를 하려면 제대로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양주, 천안, 전남 나주 등 농가 4곳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철원의 한 농장주는 친환경 인증 서약을 어겼느냐는 축산당국 관계자의 질문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 농장에서 출하한 달걀에서는 국제 기준인 코덱스 기준치(0.02㎎/㎏)보다 높은 0.056㎎/㎏의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특히, 나주시의 한 농가에서 생산한 달걀에서는 기준치의 21배인 0.21㎎/㎏에 달하는 비펜트린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8만수의 닭을 키우는 이 농가에서 통상 산란율을 닭 사육량의 70%가량으로 보면 5만 6천개의 달걀이 하루에 생산된 셈이다.
부산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는데도 주요 전통시장에서 계란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산진구 부전시장에서는 계란을 샀던 손님들이 뒤늦게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이미 납품받은 계란을 공급업체에 반품하겠다고 요청한 점포도 상당수다.
부산 북구 구포시장의 계란 도매상가는 계란 판매 전면 중단했다.
농식품부는 오는 17일까지 전국 모든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검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