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친환경 계란을 찾아라' 생협으로 몰리는 소비자들

정부 친환경 인증 '불신', 생협 계란 '안심'

8월 16일 협동조합 내 모든 산란계농가에 대한 살충제성분 검사를 실시했으나 검출되지 않았다는 입장문 (제공=두레협동조합)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 인증 자체를 불신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에따라 소비자들은 가격은 더 비싸지만, 좋은 환경에서 길러진 닭이 낳는 진짜(?) 친환경 계란을 찾아 나서고 있다.

◇ 불안한 소비자들 '생협 계란은 믿을만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생활협동조합 매장.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는 해당 생협의 유정란이 들어 있었다.

소비자들은 생협에서 파는 계란은 믿을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직장인 김모(37) 씨는 "정부가 인증한 친환경 여부보다 정말 중요한건 농약을 썼는지 안썼는지 인데, 여기서는 확실히 믿을 수 있다 싶어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성희(50) 씨도 "정부 인증 자체도 불안한게 많은데, 여기는 워낙 오래됐음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여기서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생협 관계자들도 쏟아지는 문의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해당 생협 관계자는 "물량의 한계로 일부 매장에서는 계란 판매 수량을 15개 소포장 1개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생협에서 공급하는 계란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A 생협 관계자는 "계란이 안전한지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는데, 살충제 관련 전수조사를 마친 결과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B 생협 관계자 역시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무리 없었다"며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계란은 살충제를 뿌리지도 않거니와 뿌릴 필요가 없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 살충제·항생제 쓸일 없는 '친환경' 양계장

8월 16일 협동조합 내 모든 산란계농가에 대한 살충제성분 검사를 실시했으나 검출되지 않았다는 입장문 (제공=두레협동조합)
우리나라 산란 닭 사육농장은 모두 1100여개 인데, 이들 중 99%가 케이지(철제 우리) 방식으로 닭을 키우고 있다.

닭 1마리 당 케이지 면적은 0.05㎡(가로 20cm, 세로 25cm)로 A4용지 1장 크기에 불과하다. 폐쇄된 공간에서 밀집돼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사회연구소 이재욱 소장은 "습하고 더운 날씨 속 좁은 케이지는 진드기 같은 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나온 계란을 친환경이라 부르는지 궁금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생협에서 공급하는 계란은 '자연 양계' 방식이다. A 생협 관계자는 "양계장을 열어두고 자연과 함께하는 양계방식이기에 기존 케이지 방식과는 접근 방법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1마리당 사육면적이 0.2㎡로 케이지 방식보다 4배가량 넓다고 말한다. 또 단층 평사로 이뤄져 바람이 통하는 구조이며 햇빛도 들어와 위생적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닭들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고 바닥에 깔아둔 볕짚에 스스로 모래 목욕을 할 수 있어 기생충이나 진드기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이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방식으로 닭을 키우고 있는 박준섭(58) 씨는 "살충제 문제는 우리 농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 양계 방식으로 키운 계란이 가격은 2배 정도 비싸지만, 이걸 사드시는 분들은 스트레스 안 받은 좋은 계란을 드시는 것"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사무총장은 "정부의 인증마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생협의 제품이 안전하다고 인식해 시민들이 몰리는 현상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전반적인 정부 인증 시스템을 재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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