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상품 급속 성장했지만…열매는 유통업체 '독식'

KDI 이진국 연구위원 "소상공인만 매출 소폭 증가…정부가 나서야"

(사진=자료사진)
대형 유통업체들이 내놓는 자체브랜드(PB) 상품 시장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지만, 그 열매는 유통업체가 독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이진국 연구위원이 16일 발표한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편의점 3사의 PB 상품 매출액은 2008년 3조 6천억원에서 2013년 9조 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5년새 2.5배나 급증한 규모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대형마트가 주역이 된 급속 성장에 최근 편의점들까지 가세, 같은 기간 PB 매출액을 16배나 키우면서 매출 비중도 28.8%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의 혜택은 주로 유통 대기업에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 점포 전체 매출액에서 PB 상품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1%p 상승하면 해당 점포 매출액은 평균 223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PB 매출 비중이 1%p 늘어날 때 점포당 유통 이익도 270만~900만원 증가했다.

반면 KDI 연구진이 이들 유통·대기업에 납품하는 제조업체 1천곳에 작년 8~10월 설문한 결과, 소상공인을 제외한 모든 기업군은 PB 매출 비중이 늘 때 전체 매출액이 감소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PB 매출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매출액이 10억 9천만원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도 같은 조건에서 4천만~2억 8천만원의 매출액이 감소했고, 소상공인만 매출액이 2천만원 증가했다.

이진국 연구위원은 "매출액 증가를 경험한 소상공인도 영업이익이 유의미하게 늘지는 못했다"며 "회사가 자체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NB 상품이 PB 상품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자기 잠식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대형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과도한 비용을 떠넘기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제조원가 제공요구 금지조항의 위반 여부를 꼼꼼이 살피고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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