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은 강 의원이 열었다. 강 의원은 이날 당 대표‧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지난 15일 당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하향식 전략공천 부활 방침과 최근 홍 대표의 보수 통합 노력 부재 등을 비판했다.
강 의원은 혁신안에 대해 “상향식 공천을 배제하고, 책임공천 방식으로 영입을 한다(고 했다)”며 “상향식 공천으로 우리가 (지난해 총선에서) 졌느냐, 아니면 친박(친박근혜) 마케팅을 해서 졌느냐”고 따졌다. 혁신위가 ‘책임공천’이라며 당 지도부가 지역구 공천을 전담하는 과거 방식으로 전략공천을 부활시켰는데, 총선 패배 원인은 친박 때문이지 공천 방식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당 대표였던 현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여론조사에 기반을 둔 상향식 공천 원칙을 적용했다. 그러나 당시 공천위원장이었던 친박 강경파 이한구 전 의원이 전략공천 방침을 고수하면서 계파 갈등으로 폭발한 결과 원내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 빼앗겼다.
강 의원의 지적은 계파 갈등을 부를 가능성이 큰 전략공천 방침으로의 회귀를 비판하는 것이면서 과거 자신들의 성과물인 상향식 공천을 부정하는 것이 혁신으로 해석된 점에 대한 반발이다.
그는 바른정당과의 합당 등 지역의 ‘보수 통합’ 여론을 소개하며, “서로 막말 비슷하게 하고 나가면서 언제나 말은 합칠 수가 있다고 하는데, 실상 현실로 들어가면 전혀 합쳐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홍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홍 대표는 “보수 진영의 통합 문제는 국민의 선택”이라며 “굳이 인위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며 강 의원을 반박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지방선거 등 향후 민심을 통해 자연스레 결정될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 당 전체가 혁신의 대상”이라며 혁신안에 반발하는 의원들을 일축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홍 대표가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자며 만류했지만, 권성동 의원이 나서 “우리가 큰 집이다. 작은 집을 향해 명분을 갖고 움직일 때 우리 당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라며 반박했다. 통합 노력을 촉구한 강 의원을 두둔하고, 홍 대표의 방침을 비판한 발언이다.
한때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이었던 김학용 의원도 “상향식 공천을 전략공천으로 되돌리는 것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고 오히려 한국당을 과거로 회귀시키는 것”이라고 혁신위를 정면 비판했다. 김 의원은 “내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100일이 된다. 우리가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나? 충실히 하기 위해 비슷한 시각을 가진 사람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촉구했다.
홍일표 의원도 “대선 패배에 대해서 우리가 과연 원인을 제대로 찾고, 보수가 살아날 길을 가고 있느냐에 대해 국민들, 원로들이 밖에서도 많은 우려가 있다”며 홍 대표와 혁신위를 향해 쓴 소리를 했다. 홍 의원은 “혁신의 방향은 과거 지향적이어선 안 된다.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는데 우리가 지나치게 우경화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들을 밖에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