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실장과 장충기 차장이 전화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주고 받고 감사원 사무총장 인사와 관련해 상의를 한 정황도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뇌물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제시된 상태다.
국정원 개혁위 관계자는 이 전 실장이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차장에게 (엘리엇이 선임한) '법무법인 변호사 중 직접 나서는 변호사는 누구, 000 모 변호사가 실질대표'라는 문자를 보낸 것 등과 관련해 "언론에 나오는 부분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실장 건은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현재 조사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추가로 조사해 달라는 내용들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검토를 거쳐 조사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국정원 적폐 T/F가 조사하고 있는 사건 가운데 특정인이 지목된 경우는 '국정원 간부의 청와대 비선보고 사건'이 유일하다. 추명호 전 국장이 청와대에 비선보고를 해온 의혹이 조사 대상이다.
이 전 실장이 삼성측에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엄중한 이유는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의 핵심요직에 있으면서 내부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수집한 정보를 외부에 흘렸다면 국가정보원직원법이 규정한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실장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핸드폰 통화내역은 물론 핸드폰에 남아 있는 문자, 카톡 메시지 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삼성 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과의 정보교류 여부, 청와대 비선보고 여부, 권력실세와의 관계, 비밀누설· 권력남용 여부 등도 파악할 수 있다. 국정원과 고위직들의 행태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전 실장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이미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폐 TF가 조사를 하고 검찰 수사 의뢰 여부를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