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모두를 겨냥해 전쟁불가론을 역설하며 대화를 호소함에 따라, 향후 국면전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도를 넘는 말의 전쟁으로 한반도 위기를 한껏 긴장시켜온 미국과 북한에서 좀 다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 속에서도 외교적 해법이나 협상이 거론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14일(미 현지시간)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한다면 급속하게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지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공동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는 "북한이 선의를 갖고 협상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점을 먼저 보여줄 경우 미굮은 북한과 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자극적인 위협이나 핵실험, 미사일 발사나 다른 무기 실험의 즉각적인 중단이 이런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방편"이라고 제시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 등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외교 안보 핵심인사들도 잇따라 '외교적 해법'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전쟁을 시사하는 초강경 발언을 이어나간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한반도 위기감이 갈수록 증폭되자, 수위 조절을 통해 '위기 상황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14일 전략군 사령부를 시찰한 자리에서 괌섬포위사격 방안을 보고받은 뒤 여지를 두는 발언을 했다.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준비하고 있는 괌섬포위사격이 당장은 실행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북한과 미국이 초강경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다가 일종의 '숨고르기' 국면을 맞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국면을 활용해 미국과 북한 모두를 겨냥해 전쟁불가론을 역설하며,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도 베를린 구상을 재확인하면서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과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미국 내 강경파에 대해 ‘전쟁불가론’으로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도,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도발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마치 중재를 하는 모양새을 연출한 것이다.
물론 북한이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는 했지만, 괌섬포위사격 등 도발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북한은 오히려 무력 도발을 당분간 보류하는 제스처로 명분을 쌓은 뒤 결국 자신들의 일정표에 따라 미사일 도발을 할 것이라는 견해이다.
북한이 이용할 명분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다음 주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며 조선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 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위협하며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앞으로 도발을 멈출지는 불투명하지만 어쨌든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 속에 모처럼 한 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조성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시간의 문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이후 어느 시점에서 닫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 시간을 대화의 장으로 연결할 적극적인 움직임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은 미국 측이 변화된 태도를 보이지 않고 현재 상황을 방치한다면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본다"며 "북한이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것은 결국 일종의 틈을 준 것인 만큼 특사이든 밀사이든 북한에 보내 대화의 문을 여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