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에 표기된 유해물질 함량은 실제 흡연자가 흡입하는 양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기존 연구의 공통된 지적이다.
15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간하는 금연이슈리포트 최근호에 따르면 흡연자의 흡연 습관을 반영해 타르 검출량을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 흡연자가 타르 저함량(0.1㎎) 담배에서 실제로 흡입하는 타르의 양은 표기된 함량의 최대 95배(9.5㎎)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역시 '저함량 담배가 비흡연자의 흡연을 유도하고 흡연자들을 금연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저함량 담배가 일반 담배와 유해성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흡연자들은 체내에 필요한 일정 수준의 니코틴을 지속해서 필요로 하는 중독 상태이기 때문에 일정량을 채울 때까지 담배를 피워야 금단 현상이 없다. 따라서 저함량 담배를 선택했을 때 흡연자는 연기를 더 깊이 들이마시고, 더 많이 흡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흡연자를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저함량 담배를 피울 때 '일반 담배보다 더 세게 혹은 더 깊이 흡입한다'고 답한 비율이 59.2%로 나타났다. '일반 담배보다 더 자주 피우게 된다'는 응답도 57.9%였다.
니코틴 함량이 적은 담배(0.35mg 미만)를 피우는 흡연자와 함량이 높은 담배(0.35mg 이상)를 피우는 흡연자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니코틴 의존도 점수나 내쉬는 숨 중 일산화탄소 농도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다른 이유는 담배 연기 성분 측정 방법의 한계다. 담배 연기 성분 측정은 기계로 이뤄지는데, 저함량 담배는 필터에 조그만 천공(구멍)을 만들어 외부 공기가 유입돼 농도를 희석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실제 사람이 흡연할 때는 입이나 손으로 필터의 천공이 쉽게 막힐 수 있으므로 기계로 측정된 함량보다 많은 양의 유해성분을 흡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안전한 수준의 흡연은 없다'는 NCI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중요한 것은 함량이 아니라 유해성분 그 자체이며, 따라서 담배 제품 성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분의 유해 정보는 소비자에게 가감 없이 공개해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성분 정보가 제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없도록 내용의 표기 등도 규제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