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평화는 무력으로 오지 않아" 발언 배경은?

트럼프-시진핑 통화 뒤 '대북 운전대론(論)' 재차 부상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한반도의 평화는 무력으로 오지 않는다. 평화와 협상이 고통스럽고 더디더라도 반드시 그렇게(평화적으로) 해야한다"고 밝힌 것은 요원해진 연내 북핵 로드맵을 마련하고, 올해 안에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분명히 약속드리는데, (한반도) 위기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전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백악관 참모진들과 미 조야에서도 '군사적 옵션' 등이 거론되는 등 한반도 위기지수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는 판단도 무력사용 반대 발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에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이후 북미간 '말폭탄'에 가까운 상호 위협은 계속됐다.

급기야 북한이 미국의 태평양 전략 군사자산 발진 기지인 괌에 대한 '포위 사격'을 예고하고,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선제타격에 앞선 예방타격까지 거론하는 등 양측의 기싸움은 절정에 달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간 상호 위협이 계속되는 와중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움직임에서 나홀로 이탈해 유화 제스처를 내기에도 부담이었고, 또 미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단호한 메시지를 던질 경우 남북관계 복원은 더욱 요원해진다는 판단에 외부 메시지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대통령으로서 "고통스럽더라도 평화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해야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것은 북미간 위협 수위가 도를 넘어 자칫 우발적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한국의 평화적 북핵 문제 해결 기조는 분명하다는 신호를 대외에 천명할 필요성이 제기된 데다, 야당 등 일각에서 제기된 무기력한 외교안보 대응이라는 비판을 정면돌파하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최대 성과로 자평한 '한반도 주도권'을 재차 움켜쥐어, 북핵문제 해결은 물론 남북 민간교류에서도 한국이 '운전대'를 잡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 번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도 국제사회와의 대북 제재 공조 이탈 우려를 희석시켰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위기 평화적 해결 기조는 전날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미국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이 위기를 부채질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감지됐다.

문 교수는 "미국 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서 '전략적 혼란'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토령이 현 위기를 다룰 외교 기술을 제시하길를 바란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도 대화파가 있다. 현재 남북 대화 모멘텀이 없어 남측과 대화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못얻고 있지만 일정 계기가 되면 한반도 위기 관리에 남북이 머리를 맞댈 수도 있다"고 말하며, 남북간 직접적인 위기관리 필요성도 역설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