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녹조·악취 진동하는 안동댐…"이런 곳에서 어떻게" 계속 |
◇ 안동댐 상류…"이걸 어쩌지?"
멀리 서식지가 눈에 들어오자 흰 빚깔이 선명한 백로와 왜가리 50여 마리가 평화롭게 둥지를 지키고 있다.
철새 보호를 위해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산 입구 현수막을 지나자마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왜가리 날개죽지 일부가 눈에 띈다.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이태규 회장은 "야생동물이 죽은 왜가리를 뜯어 먹고 남긴 흔적"이라며 "너구리와 야생 고양이는 물론 산돼지들도 죽은 새들을 먹기도 한다"고 귀뜸한다.
언뜻 봐서도 뼈만 앙상한 모습이다.
인기척을 느낀 왜가리는 날개짓을 하면서 하늘로 날아오르는가 하더니 이내 땅으로 주저앉아 종종걸음치며 몸을 숨긴다.
죽은 지 꽤 된 듯 바짝 마른 채 축 늘어진 모습이다.
이태규 회장은 "나뭇가지에 걸려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야생동물의 먹잇감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지난 4월 하순부터 새들이 많이 죽기 시작했는데 많은 때는 하루에 10여 마리를 수거했다"고 말한다.
서식지 아래 안동호 쪽으로 내려가자 토할 정도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녹조띠가 강변은 물론 수십 미터 강 안쪽까지 길게 늘어뜨려져 있다.
강변을 따라 내려가자 물속뿐만 아니라 뻘 여기저기서 뼈만 남은 잉어 사체가 발견된다.
강변은 물론 멀리 보이는 호수 전체가 녹조로 뒤덮여 있다. 언듯 눈으로 보아도 녹조 현상이 심각하다.
왜가리와 백로 서식지에서 직선거리로 15㎞가량, 그리고 안동댐에서는 30여㎞ 상류쪽인 안동시 도산면 동부리 선착장 부근.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은 지난 7월 초 물고기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된 장소이다.
이곳 역시 녹조현상이 심각하다.
강변 쪽으로 내려가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강가에는 죽은 지 오래된 듯 물속에서 퉁퉁부은 큼직한 잉어가 둥둥 떠 있다.
수석 수집가이기도 한 이태규 회장은 "돌이 매끈매끈하지 않고 색깔이 붉게 퇴색된 것은 어떤 강한 화학작용을 받은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독극물에 장기간 노출돼 나타난 현상이 아닌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취재가 끝날 무렵 취재에 동행한 이태규 회장은 "낙동강 곳곳이 이렇게 썩어가고 있다"며 "이런 곳에서 물고기와 새들이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라고 반문한다.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안동댐 상류의 철새와 물고기 떼죽음 현장.
둥지 아래서 힘없이 기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왜가리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