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9층 무궁화회의실은 김 장관을 기다리는 총경급 이상 간부들 50여명으로 가득 메워졌다. 김 장관을 기다리는 동안 이들은 대체로 침묵을 지켰다.
화상회의 대형 모니터 속 전국 지방경찰청장들도 화면을 통해 비어있는 '행정안전부장관' 좌석을 바라봤다.
이날 오후 3시쯤 회의 주재석에 앉은 김 장관은 "오늘은 시국의 엄중함과 업무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의례적인 인사말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김 장관이 "지금 이순간이야 말로 뼈를 깎는다는 각오로 거듭 태어나지 않는다면 국민이 여러분을 버릴 것"이라고 하자 옆에 앉아있던 이철성 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 청장은 조금 전 김 장관이 언급한 내용을 이어받아 "이번 일을 '뼈'를 깎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 더욱 성숙해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강 교장 역시 "국민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정말 송구스럽다"며 사죄했다.
하지만 강 교장이 앞서 이 청장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자 김 장관은 "국민들 앞에 사과인사를 하라"며 강 교장을 나무랐다. 이에 강 교장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다시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 장관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했다.
김 장관은 이후 다시 이 청장을 비롯해 이날 직접 자리에 참석한 인천·경기남부청장 등을 불러내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차렷! 국민여러분께 경례"를 외치며 5초가량 고개를 숙였다.
김 장관이 청사 회의실을 떠나자 경찰 지휘부들은 곧바로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김 장관이 경찰 내홍에 직접 개입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중요한 현안을 앞둔 시점에 민감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앞에 수차례 고개를 숙인 경찰에 다시 기회가 돌아간 만큼, 향후 이 청장의 조직 장악력의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