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때로는 골보다 더욱 돋보이는 장면도 있다. 바로 뛰어난 공격수를 저지하는 골키퍼의 맹활약이다.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가 골보다 빛나는 수비의 정적을 보여줬다.
수원은 최근 리그 7경기 무패(6승1무)와 홈 4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로 선두 전북 현대를 무섭게 추격했다. 서울 역시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무더위를 뚫고 빠르게 상위권을 향해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상승세와 상승세의 만남. 올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는 어쩌면 2017년 K리그 클래식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장면이 될 수 있었다. 리그 득점 1, 2위를 달리는 조나탄(수원)과 데얀(서울)이 경기 전부터 자존심 대결에 나섰고, 도움 부문 1위 윤일록(서울)과 2위 염기훈(수원)도 빼놓을 수 없는 이 경기의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서울의 1-0 승리로 끝난 이 경기에서 가장 빛난 것은 앞서 언급한 조나탄, 데얀도, 윤일록과 염기훈도 아닌 양 팀 골키퍼 양한빈(서울)과 신화용(수원)이었다. 둘은 경기 내내 엄청난 선방을 펼치며 막바지에 접어든 무더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양 팀은 그 어떤 슈팅으로도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온통 조나탄과 데얀의 ‘창’에만 집중됐던 시선이지만 정작 올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에서는 두 팀의 든든한 ‘방패’ 신화용과 양한빈이 가장 빛났다. 신화용이 왜 축구팬 사이에 ‘화용신’으로 불리는지, 양한빈이 왜 선배 유현을 밀어내고 서울의 주전 골키퍼로 자리잡았는지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증거였다.
82번째 '슈퍼매치'는 전, 후반 90분 내내 신화용과 양한빈의 선방이 쉬지 않고 쏟아졌다. 골과 다름 없던 장면에서 어김없이 이들 두 골키퍼가 나타나 위기를 넘겼다. 후반 들어 주도권을 쥐고 경기한 서울이 추가골 없이 아쉬움이 남는 1-0 승리로 경기를 마친 이유는 수원 골키퍼 신화용의 존재 때문이다.
경기 후 만난 신화용은 잔뜩 굳은 얼굴이었다. “열심히 한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실수를 줄여야 한다.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경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신화용은 “서울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선수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비록 신화용의 엄청난 선방 쇼에 가려지긴 했지만 양한빈은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선정됐을 정도로 서울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며 귀중한 원정 승리를 이끌었다. 양한빈은 “전반에 실수가 있었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감독, 코치의 믿음으로 후반에는 더 잘할 수 있었다”면서 “상대 골키퍼 신화용 선수가 오늘 잘했다. 그 덕에 나도 집중해서 같이 잘할 수 있었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