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들로 꾸려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해방 72년 만인 12일 오후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노동자상 제막식을 열었다.
동상이 세워진 용산역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집된 조선인이 집결됐던 곳이다. 사람을 노예처럼 수용한다고 해서 당시 '인간창고'로 불렸다. 끌려온 노동자들은 일본과 사할린 등지의 광산, 농장, 군수공장으로 보내져 착취당했다.
그는 이어 "나는 좌익이고 우익이고 빨갱이고 노랭이고 모른다"면서 "이제는 그저 평화통일이 왔으면 좋겠다. 왜 통일이 되지 못하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김 할아버지는 제막식이 끝나고 광장에 세워진 노동자상에 어렵사리 올라 허리춤을 끌어안고 한참을 서 있었다.
주한 일본대사관 근처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제작한 이 동상은 강제징용 노동자가 한 손에 곡괭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어딘가를 바라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
곡괭이는 탄광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린 이들의 고통을, 오른쪽 어깨에 앉은 새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상징한다. 바닥에 쌓인 말뚝들은 일제가 노동자의 시신을 숲에 방치하면서 함께 뒀던 말뚝을 나타낸다.
김운성 작가는 "일본에 가서 징용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추운 겨울에 매일 노역하면서 아침에 만두 1~2개로 배를 채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래서 빼빼 마른 형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이번 제막식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부지와 관련한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제막식 과정에서 경찰 등 당국이 진행을 막지는 않았다.
제막식에는 한국노총·민주노총 조합원 500여 명과 시민들이 함께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송영길 의원도 자리했다.
이날 오후 6시에는 인천에서, 이후 10월에는 경남과 제주 지역에서, 내년에는 북한 평양에도 동상이 세워질 예정이다. 동상은 앞서 지난해 8월 노역현장인 일본 단바망간 광산에 세워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