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투어' 이승엽, 한화의 감동 선물에 홈런으로 화답

삼성 이승엽이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은퇴 투어 행사에서 송진우 전 한화 투수코치에게 받은 보문산 소나무를 들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 스타 이승엽(41)이 정규 일정 마지막 대전 원정에 앞서 홈팀 한화 이글스의 뜻깊은 선물을 전달받았다. 이승엽은 대전에서 통산 29번째 홈런을 쏘아올리며 팬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건넸다.

이승엽의 '은퇴 투어'가 시작됐다. 한화는 11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과의 경기에 앞서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이승엽을 위해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원래 이날 경기는 이승엽이 대전에서 마지막으로 뛰는 경기였다. 지난 10일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이승엽의 마지막 대전 원정은 사전 편성된 정규 일정이 모두 끝난 뒤인 9월로 재편성된다. 하지만 한화는 예정대로 이승엽의 첫 '은퇴 투어' 행사를 진행했다.

이승엽은 경기 1시간 전 대전구장 홍보관에서 자신의 등번호 숫자만큼 모인 한화키즈클럽 어린이팬 36명을 대상으로 팬 사인회를 열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야구장 전광판에 이승엽의 화려한 경력을 소개하는 기념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승엽이 그라운드에 나오자 한화의 주장 송광민, 동갑내기 박정진, 경북고 후배이자 삼성 후배 배영수,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등이 그라운드로 따라나왔다.

한화 선수들은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베이스를 첫 선물로 건넸다. 이어 박종훈 한화 단장과 이상군 감독대행이 이승엽이 대전에서 달성한 기록이 새겨진 현판을 선물했다.

하일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이승엽과 오랜 기간 선의의 맞대결을 펼쳤던 한화의 레전드 송진우가 등장해 이승엽에게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선물했다.

대전구장 홈플레이트에서 보문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2600m. 비거리 115m짜리 홈런 23개가 필요한 거리다. 대전에서 총 비거리로 보문산 정상에 닿을만큼 많은 홈런을 때린 타자는 한화 소속을 제외하면 이승엽이 유일하다. 또 보문산은 대전을 대표하는 산이고 소나무는 대전의 시목이다.

삼성 이승엽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경기 개시 후 이승엽이 등장할 때만큼은 양팀 팬들이 하나가 됐다. 이승엽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팬들은 승부를 떠나 이승엽이 대전에서 스윙하는 모습을 눈에 담아두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승엽도 첫 타석에서는 헬멧을 벗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승엽은 대전 팬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전했다. 언제 다시 보게될지 모르는 '국민 타자'의 홈런을 선물한 것이다.

이승엽은 팀이 2-8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다. 이승엽은 한화 박상원이 던진 직구를 때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이미 승기를 잡은 한화의 팬들은 여유로웠다. 마치 한화 소속 타자가 홈런을 친 것처럼 아낌없는 박수로 이승엽을 격려했다.

이승엽이 대전에서 때린 통산 29번째 홈런이다. 올시즌 19호.

한화는 선발 비야누에바의 호투와 홈런포를 쏘아올린 김태균, 로사리오의 활약을 앞세워 삼성을 8-3으로 눌렀다. 한화는 경기에서 이겼을뿐만 아니라 마침내 막을 올린 이승엽의 은퇴 투어를 의미있는 행사로 만들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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