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올 하반기 금리인상까지 겹칠 경우 부동산 거래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수요와 가계부채 수요를 잡기 위해 두 '카드'를 함께 꺼내들 지 주목된다.
14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일~7일 KB국민,신한, NH농협, KEB하나, 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신규대출 건수는 총 1만 5,046건, 액수는 1조 8,195억 5,0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 2일 하루는 4,542건, 액수는 9,161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별 차이는 있지만 A은행의 경우 2일 1,000건 이상 접수된 데 비해 나머지 날은 300~500건씩 접수됐다.
이처럼 거래가 계속되는 추세는 적어도 이달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8.2 대책 이후 시중은행들의 신규 주담대 현황을 취합해 모니터링한 결과, 기존 부동산 거래 고객들을 중심으로 신규 주담대 대출 수요가 있다.
특히 6~7월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고강도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돼 '미리 사두자'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거래량이 늘었는데, 이 고객들이 신규 대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간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 7000억원 늘어 올 들어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고, 심지어 주담대는 4조 8000억원 증가했다. 이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 여부와 상관 없이 대출 잔금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6~7월 부동산 거래가 늘어났는데 거래량이 늘면 신규 주담대가 함께 늘어나는 건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이에 따른 영향이 8월까지 이어지다 9월 이후 효과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인상 여부다. 한은 금리정책의 목적은 물가 안정을 통한 경제발전과 금융 안정이다. 한은은 부동산 상황만 보고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의 효과가 9월 이후에도 별반 나타나지 않을 경우 새 정부의 금리 인상 압박 요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6월 12일 창립 제 67주년 기념사에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상황이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근 청와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기준금리가 1.25%인 상황은 문제"라고 발언해 새 정부의 금리 인상 요구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대출 규제에 이어 금리인상까지 겹칠 경우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투자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내집 마련할 사람들도 자금 확보가 관건이 될텐데 대출금리가 오르고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당연히 집을 살 사람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거래 둔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자체는 거래가 줄면서 시장 전반적인 침체로 연결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지금 문제(8.2 대책으로 인한 대출 규제)에다 추가적인 가격 약세 요인이 또다시 들어오는 것이어서 관망세가 늘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소폭의 금리인상은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금리 인상 1~2달 이후에는 시장의 거래 둔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8.2 대책은 투기 수요를 잡고 향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라며 "신규 대출 수요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 거래가 둔화될텐데, 여기에 금리까지 오르면 (거래) 심리를 더 악화 시켜 시차를 두고 대출 증감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카드를 함께 쓸 경우 새 정부의 서민 겨냥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워낙 큰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과거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금리인상 때 별 타격이 없었던 것과 달리 타격이 클 것 같다"며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이 같이 들어가면 경제쇼크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심 교수는 "금리인상 자체는 필요하다"며 "역전현상이 생기더라도 금리를 천천히 올리고 서민들을 정책적으로 보호해줘야 한다. 안 그러면 하우스푸어가 줄을 잇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