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국제구리 가격은 최근 3-4년 동안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전선업계의 매출과 이익규모를 줄여 침체를 면치 못해 왔다.
또 미국의 세일가스 개발로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국내 전선업계의 주된 시장이었던 중동의 인프라 투자사업이 지연되고 그만큼 어려움은 가중됐다.
특히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유럽 금융위기는 이 지역의 전선수요를 줄여 업계의 침체와 불황은 10년 가까이 지속돼 왔다.
그런데 이렇게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국내 전선업계에 새 바람이 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미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노후화된 전선 교체수요가 생기기 시작했고 유럽의 신재생 에너지 확대 움직임, 특히 해상풍력 발전의 증가는 '해저고압케이블'의 시장을 깨우기 시작했다.
해상풍력단지를 서로 연결하거나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보내기 위해서는 해저케이블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들의 인프라 수요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우리나라 대표 전선업체들의 공장도 바빠지고 있다.
실제로 LS전선은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초고압 케이블 수출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를 싱가포르에서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싱가포르 전력청으로부터 3,700억 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으로 이런 수주규모는 LS전선의 지난해 케이블 매출의 10%가 넘는 양이다.
또 대한전선은 지난 해 11월에 이어 싱가포르에서 올 6월에는 800억원 규모의 고압 송전망 공사를 수주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출범한 AIIB 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우리 전선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증권 이정기 스몰캡 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풍부하고 젊고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베트남이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변화하면서 베트남내 인프라 투자를 촉발 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전력소비량의 증가를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뿐만 아니라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개발도상국들의 전력과 통신 등 인프라 투자가 AIIB 자금을 통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전선업계 선두기업인 LS전선은 지난해 9월 베트남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 아시아를 코스피에 상장시키고 동남아 1위의 종합전선회사로 육성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10년 가까이 침체됐던 국내 전선업계가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