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뿌리내린 '이토 히로부미'의 나무, '가이즈카'

문화재제자리찾기 광복절 맞아 '가이즈카 제거' 청원…국회도 검토

국회 본청 건물 양옆과 뒷면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가이즈카 향나무 (사진=송영훈 기자)
광복 72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헌정의 상징인 국회에 심어진 일제(日帝)의 잔재 가이즈카 향나무를 제거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제국주의의 잔재로 지목된 가이즈카 향나무는 조선 초대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조선을 찾아 기념식수 1호로 심었을 정도로 사랑한 나무이자 조선침탈의 상징으로도 활용된 나무지만 아직까지도 국회에 자리잡고있다.

◇ 일제 조선침탈의 상징 '가이즈카 향나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을 둘러싼 가이즈카 향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 나무로 잎이 나사모양으로 뒤틀려 자란다고 해 나사백(螺絲柏)이라고도 불린다.

이 가이즈카는 100여 년 전인 1909년 1월, 이토 히로부미가 대한제국 순종황제와 함께 대구 달성공원을 찾아 기념식수로 처음 심으면서 한반도 전역으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순행은 일제의 조선식민통치를 대내외적으로 드러내는 의도가 담겼던 행사로 이 순행에서 이토는 순종과 함께 일제가 조성했던 대구 달성공원에 기념식수를 했다.

이후 일제통치의 상징이 된 가이즈카는 전국 관공서는 물론 학교와 관계시설에도 심어져 한반도로 펴졌고 그 결과 광복 72주년을 맞은 오늘날까지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됐다.


국회에 자리잡은 가이즈카향나무 (사진=송영훈 기자)
◇ "현충원 內 가이즈카 뽑자"던 국회… 정작 국회 가이즈카는 방치

가이즈카가 일제의 잔재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2013년 6월5일,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국립현충원 내 가이즈카 나무를 뽑자"는 청원을 내면서다.

이후 2014년 국회는 청원을 받아들여 현충원 내 가이즈카와 노무라 단풍 등 일본수종을 제거하자며 예산 30억 원을 배정했다. 현재 현충원 내에서도 가이즈카 제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각도 교육청에서도 가이즈카를 뽑고 국산수종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가 현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청원을 통과시킨 여의도 국회에 가이즈카가 대량으로 심어져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국회 본관 좌우측면과 후면을 국산 향나무와 가이즈카 향나무가 혼재된 채 둘러싸고 있다. 주차장 외곽으로도 가이즈카는 길게 늘어져 심어져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구진영 연구원은 "국립현충원에 가이즈카를 뽑고 부당함을 시정하라 했던 국회였다"며 "그러한 국회의 본청조차 가이즈카에 둘러 싸여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국회 가이즈카 뽑아내자" 시민단체 청원에 국회도 검토

이에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국회 본청 일본수종 변경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가이즈카는 일본을 원산지로 하는 외래수종으로 문화재청이 이미 사적지에 심을 수 없는 부적합 수종으로 결정한 바 있는 나무"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상징하는 장소인 국회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이어 "가이즈카가 아닌 소나무와 같은 전통 수종으로 바꿔야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의 청원과 동시에 국회에서도 적극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국회 정론관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이후 시민단체의 청원내용과 함께 국회 내 가이즈카 나무 식재 현황 등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앞서 한정애 의원은 "국회 본청이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잔재에 둘러 싸여 있다"며 "2013년 본청 출입구에 식재된 일본산 가이즈카 향나무를 무궁화로 대체했듯이 본청 주변의 가이즈카도 제거해 전통수종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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