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이른바 '통화 녹음 알림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통화 중 녹음 버튼을 누르면 '안내음'을 통해 상대방이 녹음 중인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인데요, 지난달 한국당 김광림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같은 당 김석기·이완영·최교일·조경태·원유철 의원과 무소속 이정현 의원 등이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취지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다 엄격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국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 녹음을 하면 불법인 데 반해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른 정당도 아니고 한국당이 법안을 낸 배경에 대해 누리꾼들은 '자기들을 위한 법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볼까요?
최순실 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 간 통화 녹음파일은 국정농단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죠. 최 씨가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도 노승일 씨와의 통화 녹음파일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친박 의원들의 공천 개입 의혹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던 것도 통화 녹음파일 덕분이었습니다. 20대 총선 때 김성회 전 의원이 친박 맏형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려 하자 친박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 전 의원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지역구를 옮길 것을 종용했습니다.
당시 최 의원은 "감이 그렇게 떨어져서 어떻게 정치하느냐", 윤 의원은 "형이 (지역구 변경) 안 하면 사달 난다", 현 전 수석은 "나와 약속한 건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 의원은 또 총선을 앞두고 지인과의 통화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 대표를 언급하면서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XX"라고 말했는데요, 윤 의원과 함께 있던 또 다른 지인이 이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책임을 지겠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정현 의원은 지난 2014년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는데요, 이 녹음파일이 있었기에 청와대의 외압 사실이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당이 보호해야 한다는 사생활이 설마 한국당 의원들의 사생활은 아니겠죠?
'사생활 침해'냐, '약자의 무기'냐 여전히 논란이 뜨거운 통화 녹음 알림법.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