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주' 된 포천…700억짜리 부품 놓고 '갈등'

포천석탄발전소 반대 주민들, 발전소 부품 운송 저지

(사진=고무성 기자)
"발전소 측은 금전적인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아냐고 하는데 저희들은 생존권이 달려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시 가양리 창수면의 한 비포장 도로.

공정률 80%를 보이고 있는 포천석탄화력발전소(집단에너지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발전소 핵심 부품을 운반하던 트레일러의 공사현장 진입을 막아선 채 업체 측과 2주일 넘게 대치하고 있었다.

트레일러는 지난달 27일 오전 공사현장에서 1.5㎞를 앞두고 타이어 펑크로 멈춰섰다. 이 부품은 발전소 사업자인 GS E&R이 7백억 원을 들여 독일에서 수입한 212t짜리 발전기(Generator)다.

트레일러가 멈춰 서면서 해당장비의 반입 과정을 알게 된 신북면·영중면·창수면 등 발전소 인근 주민 수십여명은 생업을 포기한 채 시민단체와 함께 매일 24시간 교대로 트레일러 앞을 지키고 있다.

트레일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인 주민들, 화물 운송업체와 발전소 측 관계자들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사진=고무성 기자)
발전기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GS E&R 측 외국인 기술자 2명도 현장에 나와 있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습도가 높아져 고가의 장비인 발전기의 상태가 우려되서다. 운송 지연 등으로 매일 5천만 원씩 손해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만난 운송업체 관계자들은 "발전기 설치를 위해 비싼 돈을 들였는데 주민들에 의해 저지된 상황"이라며 "기술자들이 계속 와서 점검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송업체는 수차례 진입을 시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번번히 가로막히자 지난 7일 주민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주민들은 현재 발전소의 연료를 유연탄 대신 LNG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이술희(63·여) 씨는 "발전소 측에서는 금전적으로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아냐고 말을 하는데 우리는 자식들과 손주까지 여기서 대대로 뿌리내리고 살아 생존권이 달려 있다"며 "LNG발전소에 이어 석탄발전소까지 건립되면 포천은 진짜 살 수 없는 동네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송업체로부터 고소를 당한 신북면 덕둔리 이장 이규석(57) 씨는 "주민 대다수가 석탄발전소를 반대하지만 벌금이나 소송을 당할까 봐 인근 주민들만 나오고 있다"면서 "생업을 포기한 채 나오면서 논밭은 지금 개판이 됐다"고 토로했다.

현수막. (사진=고무성 기자)
주민들은 허가를 받지 않은 트레일러가 들어오면서 하중을 견디지 못한 장승교 교각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트레일러 출발지인 고양시와 포천시에 제한차량 운행허가 신청서와 설계보고서, 허가서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하지만 GS E&R 측은 보고서에 회사 기밀이 포함돼 공개가 어려운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이 같은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으면 트레일러를 계속 저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포천시는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운송업체 측에 추가 반입 예정인 90t짜리 터빈에 대한 이동 중지를 요청했다. 주민들을 상대로 중량물 운송에 따른 도로와 교량의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설명회도 요구했다.

출발지인 고양시에는 운송허가 취소를 요청했다. 고양시는 허가 기간인 이달 31일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취소 사항은 아니라고 보고 업체 측에 보완을 요구했다.

포천시는 오는 16일까지 보완 서류가 제출되면 대학교수와 관련 기술자들로 구성된 설계자문위원회를 통해 다시 한번 검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종천 포천시장도 최근 허창수 GS 회장을 만나 석탄발전소를 LNG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GS E&R은 취재진이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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