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테러'로 사법방해 자행하는 친박 시위대

역사적 선고 앞둔 사법부에 '심리적 압박' 논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정농단 관련 재판 안팎에서 '백색테러'를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의도로 '불법'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 보이지 않는 위협…신변보호 요청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정 안팎에서 교묘한 방식으로 재판부와 자신들이 반대세력으로 지목한 이들을 향해 위협을 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공판이 열리는 150석 규모의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은 대부분 그의 지지자들이 방청석을 채우고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안전 문제 때문에 일어서지 말라는 법원 경위의 경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한 중년 남성은 지난달 21일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보고 큰 소리로 통곡해 퇴정당했다. 그는 퇴정당한 이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항의하며 재판부에 대한 욕설을 퍼부었고, 이 소리가 법정 안까지 들려 공판 진행이 잠시 멈추기도 했다.

또 국정농단을 폭로한 고영태씨를 향한 '보이지 않는 폭력'도 벌어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세관장 인사 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씨의 공판 방청을 마친 뒤, 고씨 가족들과 고씨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를 에워싸고 욕설을 쏟아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이들은 재판부를 통해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 10일 고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다른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을 당시 '방청객의 위협'을 받은 경험 때문에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폭로'를 쏟아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변호인들과 연락을 끊은 채 지내는 이유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 욕설은 기본 물병 투척까지…檢警, 수사 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 전 대통령 지지자 가운데 일부는 물리적인 폭력을 휘둘러 수사를 받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20여명은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박영수 특별검사를 둘러싸고 "총만 있으면 죽여버리겠다" 등 욕설을 퍼부었다.

한 지지자는 박 특검을 향해 물병을 던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공무집행방해와 특검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며 이 사건 수사에 나섰다. 특히 윤석열 지검장은 "사법질서에 도전하는 중대한 범죄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 고 직접 지시했다.

이날 박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뒤 공판이 끝나고 재판부가 법정을 빠져나가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도를 넘는 행위는 계속됐다.

이들은 "자손 대대로 천벌을 받을 것이다", "니XX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등 박 특검과 그의 가족들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이게 재판이냐"며 재판부를 향한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취재중인 기자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50대 후반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이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유영하 변호사 등을 향해서는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연신 응원하며 '편가르기'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한 변호사는 "국정농단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기 위해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재판부에게 심리적 위협을 주기 위한 과격행동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사법부 내에 '친박 성향' 판사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을 뭉치게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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