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국정원 댓글러 '3500', 그들은 누구인가

-국정원 '댓글러' 3500=사람 수 + ID 수
-"민간인 댓글러, 국정원에서 시킨 것인지 몰랐을 것"
-알파팀 김성욱 대표 "국정원과 협력한 적 없다" 부인
-"국정원과 연결돼 있다" 십알단 윤 목사도 집행유예 풀려나
-'국정원 여직원 사건'도 대부분 기소도 안돼
-"수사 외압받아" 윤석열 팀장의 복귀…2라운드 맞나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 SNS 참여 : 페이스북[www.facebook.com/981news]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 뉴스 속을 훅 파고듭니다. 훅뉴스 시간 김정훈 기자가 함께합니다. 오늘 어떤 이야기를 갖고 오셨어요?

◆ 김정훈> 먼저 뉴스 리포트를 듣고 시작할까요?

(녹취)
이명박 정권시절 국정원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민간인 3500명을 동원, 인터넷과 SNS 여론을 조작한 사실이…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인 2009년부터 2012년 대선직전까지 국정원이 외곽팀 또는 알파팀이라는 이름의 민간인 댓글팀을 운영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네이버 다음 등 4대 포털과 트위터 상의 반정부 여론 제압 활동을 벌였습니다.
국정원은 이들 민간인 댓글팀 인건비로만 매월 3억원을 지출했습니다.

국가정보원 (사진=자료사진)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지난 3일, 부끄러운 과거를 드러냈습니다. 과거 국정원이 인터넷 게시판 글이나 기사의 댓글을 통해서, 또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서 조직적인 여론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는데, 정권교체가 되자 비로소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겁니다.

◇ 김현정> 국정원이 직접 관여했다는 거죠?

◆ 김정훈> 처음부터 기획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는데요,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이 취임한 이후 2009년 5월부터 대선이 있던 2012년 12월까지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습니다. 국정원 직원, 담당관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외부에서 보수적 성향의 인물 등을 골라서 팀장으로 삼고 그 팀장이 몇몇 팀원들과 공작을 벌였습니다.

◇ 김현정> '외곽팀', 민간인들이다, 그 수는 이 정도이다 밝혀진 건데 과연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설명이 안됐어요.

◆ 김정훈> 오늘 <훅!뉴스> 주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국정원 댓글러, 그들이 누구인지를 취재해봤는데요. 우선 그 규모를 살펴봤습니다. 3500명이 외곽팀으로 활동했다고 보도됐는데, 국정원 내부를 취재해보니 3500이라는 숫자는 사람들의 수와 인터넷 계정 아이디의 수를 더한 것이라고 하네요.

◇ 김현정> 유령 아이디가 많다는 거예요?

◆ 김정훈> 국정원에서는 확인된 외곽팀이 30개라고 설명했는데, 들여다 보면 팀이라고 해봐야 두세 명 수준일 거라는 겁니다. 반면에 실제 사람들의 숫자가 3500명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난 2012년 국정원 직원의 여론 공작을 처음 알린 분이죠? 네티즌 '자로'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극우단체들에게 조직적으로 뻗쳐있어서, 인원이 많은 것인가 따져봐야 하지만, 3500명은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라고 봅니다. 국정원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 정도 인원을 풀어서 관리하지 않았을까"

◇ 김현정> 게다가 매달 들어간 관리비가 3억 원이었다면서요. 그렇다면 3500명을 굴렸을 가능성이 실제 있다는 추측인데, 그렇게 민간인 팀을 굴렸는데 어떻게 비밀이 유지됐을까요? 양심선언을 하는 한 명도 없었다는 건가요?

◆ 김정훈> 국정원은 외곽팀 대부분은 별도의 직업을 가진 예비역 군인이나 회사원, 주부, 학생 등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국정원의 꼭두각시가 됐던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국정원 담당관과 직접 접하면서 돈을 받은 팀장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지만 그 팀장 아래에서 활동하던 일반인들은 연결고리를 모른 채 댓글을 올렸을 거라는 추정입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의 말입니다.

(녹취)
"민간인 팀장 밑에서 댓글작업을 한 사람들은 아마 이것이 국정원에서 시킨 것인지 아닌지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민간인 팀장이 사람들을 모아서 했기 때문에. 물론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 알았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얘기들이 외부에 덜 나왔던 게 아닌가"

(사진=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제공)
◇ 김현정> 그럼 국정원 댓글에 참여한 민간인들은 현재 아무도 확인이 안되는 건가요?

◆ 김정훈> 적어도 한 사람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게 누굽니까?

◆ 김정훈> 한국자유연합 김성욱 대표입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를 이끄는 그는 2008년 말쯤 '알파팀'을 구성한 뒤 정권을 옹호하는 인터넷 글 게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은 알파팀이 사이버 외곽팀 중 하나였다고 밝혔고요. 저희가 김성욱 대표와 직접 만나보고 전화도 해봤는데, 본인은 알파팀 운영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국정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그었습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 김현정> 이 분 말에서 새겨들어야 할 부분은 2009년 5월 이후 기간 동안 나는 국정원과 협력한 적 없다, 기간을 강조했어요.

◆ 김정훈> 또 '협력한 적 없다'는 표현을 쓴 것도 좀 애매해서 이에 대해서는 더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민간인 댓글부대가 수면 위로 드러난 다른 사례도 있었죠?

◆ 김정훈> 많은 분들 기억하실 겁니다. 대표적인 게 십알단, 십자군 알바단이라고 불렸던 사건입니다. 18대 대선을 닷새 앞둔 날인데, 윤정훈 목사가 오피스텔을 차려놓고 사람들을 동원해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인터넷 게시글을 조직적으로 올리던 현장이 적발됐습니다. 바로 서울시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했죠. 특히 윤 목사 스스로 국정원과 연관돼있음을 언급한 대목이 그 무렵 팟캐스트 '나꼼수'에서 공개돼 파장도 일었습니다. 들어보실까요?


(녹취)
"오피스텔 하나 얻었거든. 나를 지원하는 분이 그 분이 국정원이랑 연결이 돼 있어. 근데 국정원에서 안철수 후보가 나오는 건 알고 있었지. 안철수 쪽으로 가라, 안철수 쪽으로 가려고 다 하고 있는데, 막판에 국정원에서 다시 온 거야. 박근혜로 가라…"

◇ 김현정> 나를 지원하는 분이 국정원이랑 연결돼 있다고 스스로 언급을 한 거예요. 알파팀이 있었듯이 십알단도 국정원이 운영하는 팀중에 하나고 윤정훈 목사가 팀장급이 되는 셈이네요?

◆ 김정훈> 그런 추정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윤정훈 목사 한 사람이 단순히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뒤 그마저도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저희는 당시 상황을 전해듣기 위해 윤 목사에게 연락을 취해보려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좀 더 일찍 뿌리를 캘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거예요.

◆ 김정훈> 기회를 놓친 일은 또 있습니다. 그 떠들썩했던 '국정원 여직원' 사건입니다.

국정원 여직원이 2013년 1월 4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김현정> 셀프 감금 논란을 낳은 그 유명한 사건이죠?

◆ 김정훈> 당시 국정원 직원의 댓글 공작을 알아챈 민주당이 현장을 급습해 경찰이 출동했죠. 논란 끝에 경찰은 대선을 이틀 앞둔 밤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고,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국정원이 민간인까지 동원한 정황을 파악했습니다. 2013년 10월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진선미 의원이 했던 발언입니다.

(녹취)
"이규열은 김하영이 있는 3팀의 5파트장이었고, 2012년 12월 11일 그 자리(김하영의 오피스텔)에도 이규열은 있었습니다. (민간인 조력자) 이정복이 (이규열의) 대학 동창 친구인데 그 사람에게 정보비를 끊임없이 줬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허접한 댓글을 다는 댓가로 한달에 300만원이상 돈을 줬습니다."

◇ 김현정> 이규열은 국정원 여직원 상사고, 이정복이라는 사람은 이규열 친구인데...이규열이 이정복한테 돈을 줬다. 민간인 댓글러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 김정훈> 하지만 셀프 감금했던 해당 직원은 물론 소속 부서장인 국정원 심리전단장, 3차장 모두 기소조차 되지 않았으니 진실은 묻혀질 수밖에 없었죠.

◇ 김현정> 딱 한 사람, 원세훈 전 국정원장만 기소됐죠?

◆ 김정훈> 1심에서는 국정원법 위반만 유죄가 인정되고 선거법 위반은 무죄가 나왔다가 2심에서는 모두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일부 증거능력을 문제삼아 파기환송을 한 상태인데, 그 선고가 오는 30일 예정돼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조각조각을 말씀드린 거예요. 이것을 종합해서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데, 아직 명백히 드러나지 않고 잠적해 있고 뭔가 꼬리자르기가 이뤄진 상태잖아요.

◆ 김정훈> 오죽하면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팀의 윤석열 수사팀장이 검찰 수뇌부로부터 압력을 받고 좌천된 뒤 국회에서 다음과 같은 폭로를 했겠습니까.

(녹취)
"이왕 이렇게 된거 다 말씀드리겠다. 처음에 격로를 하셨습니다. 야당 도와줄 일 있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 내면 하라고 하시길래, 저는 검사장님 모시고 이 사건을 끌고 나가기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외압이 들어오는 걸 보니 이거 수사해서 기소도 못하겠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박종민 기자)
◇ 김현정> 2013년 윤석열 수사팀장이 한 얘기죠. 박근혜 정권 때입니다. 그 윤석열 수사팀장이 얼마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거잖아요. 이제는 희망을 가져봐도 되는 겁니까?

◆ 김정훈> 어제 검찰 인사에서는 국정원 댓글 수사팀 검사들 역시 중앙지검에 합류했더라고요. 이 점에서 당시 수사팀과 국정원 적폐세력간 2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많이 늦긴 했죠.

◇ 김현정> 아직 전체를 밝혀내지 못했는데 그 퍼즐을 맞출 때가 됐네요.

◆ 김정훈> 남은 숙제도 있는데요, 국정원과 함께 군 사이버사령부에서 있었던 여론 조작의 진실도 드러내야 하고요, 이후 이어진 조직적 은폐 시도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오늘 훅 뉴스 국정원 댓글러 사건을 종합하고 실체에 다가서 봤는데, 아직 밝혀야 될 게 너무 많아요. 가야 할 길이 많습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길게는 올해 연말까지 활동한다는데, 늦게나마 전모가 드러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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