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본부장은 10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계 원로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며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 본부장에 대해 제기된 많은 비판과 이야기를 청와대가 잘 바라보고 있다"며 "인사청문회가 보장된 후보의 경우 해명이든 반성이든 사과든 아니면 낙마든 청문회까지는 보장돼야 한다는 차원이 있었는데 그런 시각으로 보면 박 본부장도 (오늘 간담회처럼) 본인이 해명할 수 있는 기회까지는 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핵심관계자는 이어 "오늘 그 기회를 가졌고 이후에 여론과 과학계의 반응, 국민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본부장의 거취는 그의 해명을 여론, 특히 과학기술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박 본부장의 인선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며 "(대통령이 박 보좌관을) 임명한 취지에 대해 널리 이해를 구하며 이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 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에 따라 청와대가 박 본부장에 대한 '임명철회'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여론에 따른 임명철회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인사에 있어서 모든 카드는 다 검토할 수 있는데 (박 본부장의 입장발표) 이후 상황을 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몇몇 기자들을 만나 "그렇게 하면 완전히 재기 불능이 되지 않겠냐"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청와대 내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박 본부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마냥 이 문제를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 등 9개 시민단체는 8일 박 본부장에 대해 "황우석 박사의 든든한 후원자이면서 동시에 연구 부정행위를 함께 저지른 것"이라며 청와대에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을 밝혀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과학인 온라인 커뮤니티 브릭(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도 같은 날 "과학계는 12년 전의 그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당시 많은 과오들에 대해서 반성과 성찰을 해야 했다"며 "그런데 다시 12년 전 과오를 잊은 듯 한 모습이 보여 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젊은 과학자들의 모임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은 10일 박 신임 본부장의 임명에 반대하는 서명을 한 이들이 ESC회원 과학자 249명과 비회원 1602명 등 1800명이 넘었다고 밝힌 상태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도대체 누가 박기영 본부장을 추천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고, 우원식 원내대표도 당 차원에서 박 본부장에 대한 의견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볼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임명 논란이 길어질 경우 박 본부장에 대한 논란은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도 청와대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허위 혼인신고'와 '아들 퇴학 무마', '여성 비하' 등 꼬리를 무는 논란으로 결국 자진사퇴하고,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이 교수 시절 부적절한 언행으로 자진 사의표명 형식으로 사실상 경질된 뒤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인사검증 책임이 제기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본부장에 대한 논란이 잦아들지 않을 경우 비판 여론의 칼끝이 결국 청와대로 향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도 적지 않다.
청와대가 다음 주 중으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대국 대사 임명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진 점 역시 박 본부장에 대한 거취가 금명간 결정된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주말까지 박 본부장에 대한 임명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을 경우 청와대가 임명철회 카드를 행사하거나 박 본부장이 자진사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