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7일 CBS 강연 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세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헬기를 타고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치료했던 이 교수는 "우리 팀이 출동을 준비한 뒤 헬기를 타고 날아갔다. 나는 사실 이해가 안 가는게 하나 있다. 그 때 11시 반에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배가 가라앉는 장면을 내 눈으로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출동 준비가 완비된 구조선과 구조 헬기들이 멈춰있는 장면을 보여주며 "이 배 보이세요? 떠 있잖아요. 둥둥"이라고 가리킨 뒤 숨진 174명의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전 이게 마지막인지 몰랐다"고 울먹였다.
그는 "대한민국의 구조 헬기가 다 자빠져 앉아있었다. 왜 급유를 받으러 산림청에 가야할까. (배가) 가라 앉고 있는데 기름을 넣을 데가 없더라. 목포에 비행장이 몇 개인데 왜 기름을 넣을 데가 없을까"라고 반문했다.
"이게 우리가 만든 사회의 팩트(현실)"이라고 말한 이 교수는 "이때 그러면 여기만 나빠요? 해경만 나빠요? 이게 우리가 자랑하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팩트(현실)다. 어떻게 보면 리얼한(실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국가 안전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 이 교수는 2014년 7월17일 세월호 현장 지원에 나섰다 복귀하던 강원도 특수구조단 소방 헬기가 광주시에서 추락해 소방공무원 5명이 순직한 사건을 되짚으며 "왜 (세월호) 사고 당시에는 헬기를 앉아 있게 했으면서 나중에는 헬기를 띄워 소방관을 순직시켰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추락하는 헬기가 민가로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기장을 언급하며 다시 울먹였다.
이 교수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한다.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을 하다 이런 생각을 했다"며 "우리는 그냥 정책의 도구다. 우리는 그냥 시키는 거 이렇게 하고, 정책이 가는 데까지만 가는 거다. 헬기 띄우지 말자고 하면, 안 하면 그만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는 게 저희 팀원들이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이렇게 노력해서 사회가 혹시라도 좀 더 발전하면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강연을 지켜본 방청객들은 이 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어질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강연을 접한 네티즌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유튜버 Amber ***는 "아무 생각없이 '어 이국종교수님이다!' 하고 눌렀다가...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수치심과 죄책감에 많이 울고 반성한다"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미국의 한 트라우마센터에서 일하는 의료인이라고 밝힌 나무 아낌없이***는 "저도 한국에서 일해봤지만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 이건 진짜 시스템의 차이가 맞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의 rean****는 "작은 변화가 우리 대한민국을 변화 시킬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댓글로 응원하고 있다. 늘 건강 챙기시고 정의실현을 위해 압장서주시길 바라겠다"고 응원했다.
뿔퉁***은 "답답하다. 정상의 정상화가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