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로 예정된 여자 3000m 장애물경주 예선이 열리기 25분 전. 한 스프린터가 트랙 위를 홀로 전력질주하는 독특한 풍경이 연출됐다. 종목은 남자 200m, 주인공은 아이작 마칼라(31, 보츠와나)였다.
마칼라는 '포스트 볼트'로 떠오른 웨이드 판니커르크(25, 남아공)과 함께 남자 200m와 400m 우승 후보였다.
그런데 마칼라는 400m 예선 이후 트랙 위에 서지 못했다.
식중독 때문이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 영국 보건당국은 "노로바이러스가 의심되는 선수는 48시간 동안 다른 선수들과 접촉할 수 없다"고 마칼라의 경기 출전을 막았다. 마칼라는 "어떤 검사도 없이 전염병 환자가 됐다"고 울분을 토했지만, 이미 400m 금메달은 판니커르크의 목에 걸려있었다. 200m는 예선도 뛰지 못했다.
마칼라는 노로바이러스 의심 진단 후 48시간이 지나 재검진을 받았다. 최종 진단명은 노로바이러스가 아닌 위염이었다.
보츠와나 선수단은 IAAF에 강하게 항의했다. 400m 재경기를 원했다. 하지만 재경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IAAF는 예선만 끝난 200m 출전권을 줬다. 기록 순으로 준결승에 오른 조 4위 이하 선수 가운데 최저 기록인 20초54를 넘으면 준결승 출전권을 주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렇게 마칼라는 홀로 200m를 달렸다.
마칼라는 올해 200m 최고 기록(19초77) 보유자다. 혼자 달린 탓에 기록은 저조했지만, 20초53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2시간 15분 뒤 열린 준결승에서는 20초12를 기록, 1조 1위로 결승에 올랐다.
오히려 판니커르크가 주춤했다. 판니커르크는 3조에서 20초28 3위에 그치면서 기록 순으로 힘겹게 결승에 진출했다.
마칼라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오늘 일만 말하겠다. 다시 달릴 수 있게 해준 IAAF의 결정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분노를 안고 달렸다. 가슴에 여전히 상처를 안고 달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다시 달릴 준비가 됐다"고 아쉬움을 속으로 삼켰다.